"한전, 삼천포발전소 건설로 어업권 피해 인정 … 어민들에 490억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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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변희찬)는 16일 경남 사천시와 남해.하동.고성군 일대 어민 350여 명이 '발전소 건설로 어업권에 피해를 보았다'며 한국전력공사 등을 상대로 낸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한국전력 등은 총 490여억원을 보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어민들은 1인당 최저 25만원에서 최고 26억원까지 보상받는다. 재판부는 2002년 어민들이 따로따로 제기한 21건의 소송을 한꺼번에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전과 한전에서 분사한 한국남동발전㈜은 1998년 '외부에 용역을 준 어업 손실률 등에 대한 조사에서 정확한 손실 액수가 나오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합의해 놓고도 '산정 결과를 못 받아들이겠다'며 지급을 미뤘다"며 "용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만큼 한전 등은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79년 삼천포화력발전소 1~6호기 신축 공사를 시작해 98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했다. 그러자 인근에서 굴과 피조개 양식, 고기잡이를 해 온 어민들이 "발전소 건설과 가동으로 삼천포항 일대의 어획량이 급감했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한전 측도 이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전은 일부 어민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고도 420여 명에게는 주지 않았다. 외부 기관에 해양 영향조사를 의뢰해 산정되는 어업 손실률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1년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어민 350여 명이 이듬해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한전 측은 "한전에서 분사한 남동발전이 삼천포발전소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했기 때문에 우리는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상법상 모회사는 회사 분할 이후에도 분할 전 채무를 함께 변제할 책임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전은 또 "어민들의 청구는 손해배상의 성격을 띠고 있어 3년의 시효가 적용된다"며 손배 시효가 지났음을 부각시켰다. 소송 제기일로부터 3년 이전의 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어민들의 보상금 청구는 합의에 따른 약정금 청구이기 때문에 보상금 산정일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보상금액은 피해 시점의 평년 수익액(최근 3년간 평균 어획량에 평가 당시 가격을 곱하고 어업경비를 감액한 금액)을 기초로 어민 측과 한전 측이 각각 선정한 감정인 두 명이 산정했다. 감정금액의 차이가 클 경우 두 감정인이 산정한 액수의 평균을 보상금액으로 정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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