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무룡교 '기우뚱' 효도관광 20여 명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15일 북측 금강산 구룡폭포 인근 출렁다리인 무룡교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20여 명의 관광객이 5m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다. 다리에 매달려 있는 관광객을 왼쪽 위에서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오전 10시40분쯤 북측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내 구룡폭포 인근 출렁다리인 무룡교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다리를 건너던 남측 관광객 20여 명이 5m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다. 이들 가운데 황모(53.여.부산시 사상구 무라동)씨 등 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는 경상이다.

현대아산 측 관계자는 "출렁다리의 하중을 감안해 한 번에 5명씩만 건너라고 관광객에게 권고했지만 20여 명이 한꺼번에 건너는 바람에 강철 버클이 풀려 다리 상판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금강산사업소 직원 및 남.북측 관광안내원 등이 현장에 출동해 걷기 어려운 중상자는 들것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부축해 온정각으로 옮겨 응급 치료했다. 현대아산은 이날 오후 구급차와 버스 5대를 북으로 보내 중상자를 포함한 부상자 모두를 속초병원으로 옮겼다. 현대아산은 부상자들을 속초병원에서 우선 치료하고 속초병원.강릉아산병원.속초의료원 등 3곳으로 옮겼다,

사고가 난 무룡교는 금강산 구룡폭포~상팔담으로 이어지는 코스 중 다소 노후된 길이 24m의 출렁다리로, 금강산 온정각에서 왕복 2시간30여 분 걸리는 곳이어서 부상자 후송에 어려움이 컸다. 관광객 최모(71.부산시)씨는 "금강산 구룡폭포로 가던 중 출렁다리에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다리가 기울어지면서 앞서가던 아내와 관광객들이 추락했다"며 "사고 현장은 하천 바닥과 바위에 떨어져 신음하는 관광객, 와이어를 붙잡고 떨어진 관광객 등이 뒤섞여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금강산 구룡폭포에는 본격적인 가을 관광철을 맞아 1300여 명의 관광객이 일시에 몰렸으며 부상자 중 상당수는 단체 효도관광에 나섰던 60~70대 할머니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한 관광객은 현장을 목격한 관광객들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자 북측 사람들이 이를 제지했고 촬영한 사진에 대해 삭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무룡교는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하기 시작한 1998년 보수했다"며 "올해 4차례의 안전점검에서 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지에 있는 도로.다리.등산로 등 시설물은 현대아산이 관리하고 보수하며 관광객의 안전 등에 관한 책임도 회사 측에 있다"고 말했다.

고성=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