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후보 확정 이후 ‘親盧 세력’은 어디로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15일 오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경선후보 중 1,2위를 달리는 정·손 후보 중 한 명이 선출될 경우 주목해야 할 변수는 친(親)노무현 세력의 향배다. 현직 대통령과 범여권 신당 후보의 사이가 고약한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친노 모임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이미 600여 명의 전체 운영위원회를 20일께 소집, 경선 결과 평가와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친노 측으로부터 “배은망덕”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정동영 후보 측은 경찰이 후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친노의 후보 찬탈 기도”라며 각을 세웠었다. 노 대통령과 손 후보도 “민주주의 원칙을 흔든 보따리 장수”(노→손) “무능한 진보”(손→노)라는 독설을 교환해왔다.

12·19 대선 때까지 ‘2개월짜리 권력’이지만 현직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을 간과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마음먹기 따라 남을 주저앉히기 쉬운 자리다. 노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친노 세력은 2002년 대선 때 그를 택했던 지지층(48.5%) 중 현재도 범여권을 지지한다는 49.3%(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9.19 조사)를 곱한 25% 내외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손 후보 중 한 명이 대선후보가 되면 그 후보의 정치력이 우선 시험대에 오른다. 노 대통령이 별로 인기는 없다지만 당내 세력을 지닌 친노 진영을 최소한 ‘침묵의 우군’으로는 만들어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친노 측도 경선에서 이긴 당의 후보를 마냥 흔들기는 명분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후보의 지지도 답보가 지속되고 스스로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경우 양상은 달라진다. 친노인 원혜영 의원이 돕고 있는 장외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이 국면의 변수다. 아직 친노 진영에선 “검증이 덜 된 그가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소극적 태도가 우세하다. 하지만 문 전 사장이 상승세를 타고 후보 단일화 주장이 거세지면 상당수 친노의 이탈은 배제하기 힘든 변수다.

초점을 내년 4월 총선으로 옮기면 또 다른 얘기가 된다. 친노 세력이 대선보다 확고한 자기세력 구축을 우선할 가능성이다. 급조된 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 패배로 와해 조짐을 보일 경우 소극적으로 관망해 오던 친노 그룹이 ‘노무현 신당’의 깃발 아래 뛰쳐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숱한 곡절 끝에 대선 후보를 탄생시키는 15일 이후에도 신당은 험한 비포장 도로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8일 이명박 후보 선대위 발표=박근혜 전 대표 상임고문. 유종하ㆍ박찬모ㆍ배은희ㆍ김성이 등 당 외부 인사 공동 선대위원장 영입
11일 노무현 대통령,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11일 국회 정무위, 이명박 후보 처남 김재정씨 등 BBK 관련 18명 국감 증인 채택=12일 한나라당 의사일정 전면 거부키로
 
▶이번 주
15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중앙선거대책회의
15일 신당, 경선 개표 및 대선 후보 지명 대회
1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대회
17일 국회, 19일간 국정감사 시작(11월 4일까지)예정

최훈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