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잘 모시고 주주가치 높이자는 것”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

강문석(사진) 동아제약 이사는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다. 13일 중앙SUNDAY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강 이사는 “지금 이 순간도 회장님(아버지)을 존경한다. 부자 간의 경영권 대결로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엇보다 회사를 살리고 주주 가치를 높이자는 뜻을 알아줬으면 한다. 동생이 경영을 계속 맡으면 회사의 성장 동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부실자산 정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회사 경영을 맡고부터 부실자산을 떨어내는 일에 주력했다. 그런 과정에서 라미화장품 같은 계열사를 정리했다. 라미는 특히 회장님께서 애정을 가졌던 회사였다. 그렇다 보니 회사 매출이 안 좋았던 것이지 내실은 탄탄해지고 있었다. 박카스 매출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오지만, 사실 이전부터 동아제약을 전문의약품 중심의 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있었다. 실제로 연구개발 비용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당시 임원들에게 물어보면 당장 확인할 수 있다.”

-공금 횡령을 한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회사 돈을 허투루 쓴 적이 없다. 이런 것이 억울하고 안타깝다. 회장님께서는 특히 월요일만 되면 나를 불러서 야단을 치셨다. 대개는 ‘작은 집’(강정석 대표의 친모인 최영숙씨 집)에서 흘러나온 터무니없는 모함이었다. 어떨 때는 회사의 원로들이 회장님을 만류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모든 것을 다 주었다고 하던데.

“아버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훌륭하신 분이다. 다만 재산 문제는 조금 다르다. 남양주 산은 창업주인 할아버지(고 강중희 회장)께서 고등학교 시절 물려주신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3.74%) 역시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지분에다 내 돈으로 사 모은 주식을 보탠 것이다.”

-어쨌든 아버지 뜻을 거역한 아들 소리를 듣는다.

“대표이사에서 경질됐을 때 ‘아버님 뜻을 따르겠습니다’는 편지를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금도 아버님께 가끔씩 편지를 쓰고 있고, 아버님을 모시겠다는 마음엔 변화가 없다. 세상의 모든 아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아들’로 인정받고 싶다.”

-31일 있을 주총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3월 복귀했지만 사무실도, 임무도 주어지지 않는 비상근 이사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0.5%밖에 안 되는 지분을 가진 동생에게 회사를 편법 승계시키려다 보니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 이것이 동아제약 사태의 본질이다.”

-어머니에게 이혼소송을 내라고 했다던데.

“숨이 막힌다. 어떤 자식이 그런 얘기를 하겠나? 오히려 사력을 다해 막았다. 그렇지만 어머님의 뜻이 워낙 완강했다.”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는 듯하다.

“지금 수석무역 앞에서 동아제약의 일부 직원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웃은 얼굴로 ‘조금만 참자’고 인사했다. 시위대들에겐 떡과 음료도 나눠줄 것이다. 어차피 회사로 돌아가면 다시 품어야 할 사람들이다. 덕을 쌓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주총에서 이기면 강 대표는 경영에서 배제되는 것인가.

“가족 간 화합, 회사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회장님도, 동생인 강 대표도 모두 회사를 위해 계속 훌륭한 역할을 해주실 분들이다. 다만 강 대표의 경우 동아제약과 동아오츠카의 대표를 겸직하는 건 무리다.”

-지금까지 확보한 지분은 얼마나 되나.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뜻을 같이하는 기관투자가가 몇 군데 있다. 이들을 합치면 최소 25%가 넘는다.”

-주총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주들의 뜻을 존중하겠다.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회사를 위해 역할을 다하면서, 다음 주총을 기약할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회사를 잘 이끌어가라고 하셨던 당부를 항상 잊지 않고 있다. 경영권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이상재 기자<3691@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