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소장 학자들의 개혁선거 현장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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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金台鎰교수=12명이 출마한 大邱는 겉모습이 아주 차분했습니다.후보자들은 게임의 규칙이 바뀐데 대해 매우 복합적인 반응을보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잘해보자는 생각,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칫 첫 희생자가 되지 않게 몸조심하자는 생각등으로 복잡해 보입니다.
▲李南永교수=慶州도 비슷합니다.금품 살포나 선거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관권선거 시비도 아직은 없고 확실히 전과 달라진 양상입니다.후보들이 겁을 먹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姜明求교수=寧越-平昌은 54㎞ 반경의 농촌지역입니다.넓은지역에서 익숙지 않은 제도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니 후보들이 쩔쩔매고 있었습니다.선거운동 자체가 어렵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李=그런 모습들은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주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공직에서 영원히 추방하겠다든지 하는….
▲金=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새 제도를 충분히 체득하지 못한데서 오는 충격,그럼에도 새 제도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에서 나타나는 제도의 당위성등 세가지 요소가 서로 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뭔가 방법이 없을까 하는 선거꾼이나 유권자들의 기대심리는 잠복해 있는 양상입니다.
▲李=법정 선거비용이 5천만~6천만원으로 전보다 절반 선으로줄어들고 그 사용도 엄격히 규제됨에 따라 정치 신인의 등장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金=유력후보에 대해서는 상대 후보들이 딴 주머니를 차고 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입니다.꼭 선관위에 제출하는 계좌만 사용하겠느냐,이 땡볕에 수백명씩 가동되는 자원봉사자는 어디서 나왔느냐는 의심입니다.
상호 신뢰가 중요한데 종반전을 맞아 언론이나 당국에서 한번 더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李=그러나 대부분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지요.그 심증이란 것도 과거보다 약해진 상태같습니다.문제는 법정 선거일 이전에 사용되는 돈입니다.
▲姜=그렇습니다.법정비용에서 제외되는 후보등록 이전의 비용이나 선거기간중이라도 차량유지비등은 법정비용에서 제외해 주는 점을 감안하면 예전 법정비용하고 비슷한 수준입니다.
▲金=돈을 묶었다고 하지만 선거기간에 한한 것이어서 지역에서오랜기간 돈써온 사람이 유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姜=그래서 상시선거체제에 대한 장치가 필요합니다.현행법으로는 선거가 끝난뒤 활동비를 6개월 이내 후불할 경우 위법이지만1년뒤나 2년뒤 지불하는 경우는 대책이 없습니다.
▲李=자원봉사자의 무제한 가동 허용에 따른 양상은 어떻습니까. 제가 본 것으로는 일단 친.인척외에 일반 유권자의 참여가 거의 없고 자원봉사자에게 밥이나 교통비도 제공 못하다 보니 부작용이 심합니다.또 자원봉사자의 상시 근무가 안되다 보니 선거운동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후보측의 불만입니다.
▲金=大邱도 마찬가집니다.자원봉사라는게 우리 문화에 익숙지 않은 양식인데 하다못해 토큰이라도 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姜=그 문제는 농촌이 더 심각합니다.사실 자원봉사자 제도는이번 선거풍토 개혁의 핵심인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심각합니다.선관위 자원봉사자는 비교적 도덕성이라도 인정되니 좀 나은 편인데 후보 자원봉사자는 충원과정과 교육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정당이나 후보의 정견에 공감하여 자원봉사자가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 가보니 모두 친.인척,동창등 개인연줄로 봉사자를 동원했습니다. ▲金=자원봉사의 명분과는 달리 실제로는「近親相助」의 양상이 뚜렷한 것이지요.
▲李=자원봉사자를 무한정 가동한다는 전제아래 유급 운동원의 숫자를 줄였으나 후보가 들쑥날쑥한 자원봉사자들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데 후보들의 고민이 있습니다.과거에 비해 개혁선거법은 선거운동원수를 10분의 1로 줄였는데 유급 운동원의 숫자를 현실에 맞게 일부 늘릴 필요도 있습니다.대신 자원봉사자에게 밥도 못사도록 한 조항은 완화돼야 하고요.
▲姜=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도덕적 자부심을 높여주는게 절대 필요합니다.
平昌郡에서 보니까 中央日報가 티셔츠.모자를 지급하는등 상징물을 제공하자 고무돼 있더군요.심리적 만족감을 주는게 중요합니다. ▲李=연설회는 어떻습니까.개인연설회의 무제한 허용은「말은 푼다」는 것의 핵심인데.
▲金=모든 후보가 전폭 지지하고 있습니다.특히 야당 후보들이반기는 편입니다.
▲姜=寧越은 산골이라 사람들이 흩어져 있어 개인 연설회 개최기회가 많지 않아 장날 여러 후보가 동시다발로 실시하는데 오히려 시끄럽다는 반응입니다.
차라리 합동 연설회를 늘려주는게 어떨까요.
▲李=합동 연설회를 줄인 것은 동원과정에서의 자금 살포를 막기 위한 겁니다.그런데 개인 연설회는 자기 자랑의 場이 되고 합동 연설회는 비교의 기회라는 점에서 자기자랑 기회만 늘렸다는유권자 지적도 있습니다.특히 무소속 후보는 정당 연설회도 치를수 없어 불리합니다.
▲李=새 선거법은 홍보물 제작.배포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홍보물 수는 네종류에서 세종류로 줄었고 명함형 홍보물 한종류를 제외한 다른 두종류는 선관위를 통하지 않고는 후보자가 직접배포할수 없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일단 홍보물 공해는 사라졌고 거리도 깨끗해졌습니다.그러나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을 알릴 기회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특히 무소속 후보들의 불만이 크더군요.
▲金=大邱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알릴 기회를 너무 제한했다고 불평하면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들 하더군요.
▲李=관변단체의 여당지원은 일단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야당과무소속 후보측에서『관변단체가 伏地不動이다』라고 말할 정돕니다.
▲姜=공무원이 개별적으로 여당후보를 지원하는 사례는 있을지 몰라도 과거처럼 드러나게 관권이 개입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관권선거운동을 문제삼은 후보는 없었으니까요.
▲李=선거관리 문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입니다.
市.郡 선관위의 인력은 다른 선관위에서 차출된 인원을 제외하면 4~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이번 보선 관리야 그다지 문제될게 없으나 내년에 실시될 4개 지방선거를 한번에 치른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리:金鉉宗.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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