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스럽다' 실린 신조어 사전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립국어원이 최근 출간한 신조어 사전에 '놈현스럽다'란 용어가 실린 것과 관련, 청와대가 국립국어원에 전화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어원 측은 한때 이 책의 회수를 검토했으며, 결과적으로 책이 회수되지는 않았지만 추가 배포는 중단됐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민간도 아닌 국가기관에서 특정 개인의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용어를 실은 건 신중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전화로 국어원 측에 제시한 바 있다"며 "(무엇보다) 보도자료에 관련 사실을 예시한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의 의뢰로 이 책의 출판과 배포를 맡은 '태학사'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9일 기사를 처음 보도한 뒤 국어원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단어 일부('놈현스럽다')가 문제될 소지가 있으니 책을 회수할지 모르며 그때까지 책을 더 배포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즉 '놈현스럽다'란 용어 게재에 대해 청와대→국립국어원→출판사로 도미노식 전화가 이어진 셈이다. 국어원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정치적 시각이 아닌 연구물로만 봐줬으면 하며, 책 자체를 회수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국립국어원은 9일 한글날을 맞아 2002~2006년 탄생한 신조어 3500여 개를 정리,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펴냈다. 문제가 된 '놈현스럽다'는 용어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로 해설돼 있으며, 용어의 출처는 '오마이뉴스'다.

이 같은 소동에 대해 문화.예술.언론계에서는 "한때 네티즌 사이에 유행했던 용어에 대해 청와대가 지나치게 민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언론학부 임상원 명예교수는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학문적 저작물의 유통에 끼어드는 건 시대착오적이며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