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풍속>늘어나는 외국인직원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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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인이 단 한명이라도 끼여 있는 사무실은 한국인만 있는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외국인과 함께 근무하면 외국말에 익숙해지고 비즈니스 매너가 좀더 세련돼 가며 사고방식 역시 국제화돼 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남자중심의 근무분위기가「레이디 퍼스트」로,2~3차로 이어지는음주관습이 칵테일 한두잔 정도로 바뀌는등 서구화되는 경우도 있다.㈜韓洋바스프우레탄 麗川공장 품질관리부장으로 일한지 3년6개월 된 뉴질랜드 출신의 매니언(47)은『처음 부 임했을 때는 영어를 할줄 아는 한국인 직원이 거의 없었으나 이젠 나와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함께 근무하는 馬명철씨(34)는 처음에 영어로 말하기 귀찮았지만 매일 매니언과얼굴을 대하며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 을 깨닫고 스스로 아쉬워 회화공부를 하게 됐다.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습관도 뿌리내리고 있다.
蔚山 현대자동차 공장내 엔진생산부에는 日本.獨逸등에서 파견돼온 기술자가 올들어 부쩍 많아져 40여명에 이른다.이 가운데 日本MHI(미쓰비시중공업)에서 온 엔지니어 이치오카 이시로(一崗西郎.50)는『현대직원들의 시간개념이 요즘 들어 크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신차개발을 위해 설계.생산.디자인등 여러 부서와 합동회의를 자주 갖는데 대체로 시간을 잘 지키고 있다는 귀띔이다.그러나 현대직원.부품협력사간 한국인끼리의 모임은 아직 시간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고.
이같은 외국인의 엄격한 생활태도에 동화되면서 무뚝뚝하던 엔진생산기술부 사람들이 인사성도 밝아지고 있다고 기술관리과장 金枓坤씨(38)는 전한다.金과장의 경우 13년째 일본인 기술자들을대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본어 회화가 가능해지고 자기관리에 철저하게 됐다.
포항제철 서울 을지로사무소에 근무중인 매리 맥길(여.28)은해외공문 작성.외국손님 접견.사내 영어회화 강의등 1인3역을 해내는 才媛.그녀는 지난해말 한국에 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밀고 들어와 승차하는 경우를 당해 처음에는 당혹감을 느꼈지만 이젠 좀 나아졌다』고 말한다.
맥길은 또 『처음에는 멋모르고 호스티스가 있는 술집에 따라갔다가 남자들의 「지나친 모습」에 당황했으나 이제는 음주문화도 달라지고 있다』고 활짝 웃는다.남자 중심으로 움직이던 직장문화도 여자들의 분위기를 배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는 얘기다.
다만 외국인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사례가 남아 있어 외국인을 민망하게 한다.삼성전자에서 근무중인 한 외국인은『일부 한국인 동료가 「저 친구가 뭣하러 여기 왔는가」「그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고 배타적인 반응을 보일 때면 마음 아프다』고 토로한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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