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배교수의행복찾는수학] '사랑의 스튜디오'서 배우는 역함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예전에 인기 있었던 ‘사랑의 스튜디오’는 남녀가 출연해 자기소개와 질문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는 TV 프로였다. 이 프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약이 꽤 있어 수학적 모델로 안성맞춤이었다.

우선 남녀를 4명씩 동수로 출연시켰다. 또 모든 남녀가 이성 중 한 사람을 반드시 선택해야 했다. 이러한 틀 속에서 만약 남녀 네 쌍이 탄생되는 날이면 사회자는 물론 시청자까지도 환호하곤 했다.

 반드시 한 사람만을 선택하라는 것은 바로 함수의 조건이다. 남녀집단은 상대편 네 사람 중 한 사람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으므로 4의 4제곱, 즉 256가지를 각각 취할 수 있다. 256가지 함수 중에는 모든 남자(여자)가 한 여자(남자)에게 쏠리는 보기 민망한 상수함수도 있었으며, 호감의 화살표가 서로 빗나가 한 쌍도 이루어지지 않는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보다 많은 쌍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함수에 조건이 더 필요하다. 그 한 예는 같은 집단에 있는 어떤 두 사람도 이성집단에서 똑같은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강제성이다. 이를 만족하는 함수를 수학에서는 단사라고 한다. 또 모든 출연자는 상대집단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이상적인 바람도 있다. 이를 만족할 때 전사라고 한다. 전사·단사를 모두 만족하는 함수를 일대일 대응이라 하며, 이 경우에서 24가지(=4x3x2x1)가 있다.

  이제, 네 쌍의 탄생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남녀 집단이 각각 정의역인 두 함수가 256가지 경우 중에서 우선적으로 24가지밖에 없는 일대일 대응 함수를 취해야 한다. 그와 함께 더욱 억세게 운이 좋아야 할 것은 그 두 함수가 서로에게 역함수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역함수란 원래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함수를 말한다.

 만일 일대일 대응 함수가 서로 역함수 관계가 안 된다면 어떻게 될까. 화살표가 서로 빗나가기 시작해 최악의 경우에는 한 쌍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네 쌍 짝짓기 개념을 훨씬 복잡하면서 실제상황인 남녀 결혼으로 확장시켜 보자. 우선 결혼은 함수라는 성질을 만족하겠는가. 또 지난 몇 십년간의 남초(男超)현상은 결혼이란 함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울러 결혼 함수가 전사·단사를 만족하려면 어떤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까를 생각해보자.

  결혼은 안 한 사람도 있고 몇 번 한 사람도 있기에 함수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수학적 모델로부터 개념을 파악하고 그 창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즉, 전사라는 개념은 결혼적령기에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의 결혼을 보장해 준다. 또 단사는 골치 아픈 애정의 삼각관계를 없애주는 개념이다. 수학적 모델은 바람직한 결혼과 건전한 사회구축을 위해 성비 균형 등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 준다. 수학을 통해 사안의 숨겨진 핵심을 잘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힘들어도 수학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