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1만명 혈액, 적십자사 직원 개인연구에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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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HTLV(인체T림프영양성 바이러스) 양성반응자의 혈액이 6명의 환자에게 수혈됐지만 관계당국은 수 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이 과정에서 적십자사 직원이 박사학위에 필요한 개인연구를 위해 1만여명의 군 장병들의 동의도 없이 신체검사용 혈액을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화원 의원(한나라당)은 최근 적십자사의 혈액안전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관계당국에 후속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HTLV 양성반응자 3명중 2명의 혈액이 2006년 8월과 2007년 1월에 헌혈돼 의료기관을 통해 6명의 환자에게 수혈됐지만 적십자사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이들 3명에 대해 헌혈유보 등록만 한 채 수개월간 양성자에 대해 확진검사 및 수혈자에 대한 추적검사도 하지 않아 2차 감염을 방치하고 있다.

HTLV는 백혈병 유발 바이러스 인자로 유병율은 인구 10만명당 6.6명 수준. 실제로 2006년 적십자사 조사 결과, 15171명 중 6건이 양성반응을 보였고 이 중 최종 확진결과 1명이 감염자로 판명됐으며 11명의 수혈자중 3명이 수혈 감염되는 사고가 있었다.

정화원 의원은 "양성혈액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최종 확진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들의 혈액을 수혈 받은 환자들의 감염여부 뿐만 아니라 수혈받은 환자들의 헌혈 여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무방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2006년 6월 대전혈액원에 근무하는 김모 연구원은 자신의 대학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2006년 4월에서 5월 두 달간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1만0936명의 특별신체 검사용 혈액을 이용해 HTLV유병율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장병들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고 개인의 학위 연구를 위해 마음대로 검사를 했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게 정 의원측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와 적십자사에 빠른 시일내에 수혈자들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양성혈액에 대해 확진검사를 실시하고 수혈받은 수혈자에 대해서도 약학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고토록 요구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HTLV를 확진할 수 있는 시료가 없어 확진이 불가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해왔다"면서 "혈액 안전에 심각한 구멍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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