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상관 없이 열정만 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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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5면

요즘 한창 주가가 높다는 공기업 하면 으레 안정적인 근무조건과 높은 임금, 우수한 복리후생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근무조건은 ‘안정’이라는 말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 회사 직원은 ‘전천후 요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통역부터 마케팅, 각종 이벤트 기획까지 ‘종합예술인’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관광공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관광공사

1962년 설립된 관광공사는 관광지 개발, 관광 진흥, 면세사업을 벌이는 문화관광부 산하 공기업이다. 최근 들어 한류 열풍과 함께 구직자들에게 인기도 치솟고 있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국 관광을 홍보하는 만큼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이 회사 직원에겐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외국어 구사능력이 필수적이다.

관광공사의 면접은 30분간 진행되는데 5분간의 프레젠테이션과 이후 질의응답으로 이뤄진다.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사흘 전에 알려준다.

외국어 부문 지원자의 경우 해당 언어를 쓰는 외국인과 1 대 1 면접을 한다. 외국인 면접관과 특정 주제를 놓고 대화하거나, 영문 기사 등 제시된 문장을 읽은 뒤 이에 대한 느낌을 외국어로 말하는 식이다.

관광공사가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는 2001년 입사한 이용 대리를 보면 드러난다. 그는 대학 때 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학원에 다니며 중국어 공부를 해 1년간 연수를 다녀온 뒤 공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북경지사에 파견돼 근무하다 2005년 말 귀국했다. 이 대리는 “전공은 관광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입사에서 업무 배치까지 차별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성격상 남자 또는 여자만 할 수 있는 업무가 없는 게 관광공사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전체 직원 700여 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0%를 넘는다.
최근 4년간 공채 신입사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다. 인재개발팀 황승현 과장은"3년 전 처음으로 여성 지사장이 나왔으며 점점 여성의 파워가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들어간 뒤에도 자기계발에 열중하는 직원이 많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뒤 공사 근처 서울 종로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는 직원이 많다. 언어가 기본 무기인 만큼 꾸준히 연마할 필요성을 직원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의 지원 시스템도 잘돼 있다.

학원비의 경우 전액 회사가 지원해주며 야간 대학원에 다니면 학비의 75%를 대준다. 관광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해외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2년간 학비 전액과 해외 근무수당의 80%에 준하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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