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시즌’ 관전 포인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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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8면

주가 행보가 활기차다. 1600대까지 후진했던 코스피지수가 어느새 2000선에 다시 도달했다. 이번에는 2000대에 안착할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감을 반영해서인지,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하다.

이번 주에는 투자자들에게 공부할 과제가 잔뜩 던져진다.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어닝) 내용이 그것이다.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요리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확 달라질 것이다. 증권 투자에도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실적발표는 9일 LG필립스LCD부터 시작해 12일 삼성전자가 뒤를 이으며 11월 초까지 계속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3분기 실적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달러가치 급락(원화 강세)의 와중에서 일궈낸 값진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꽤 좋게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증권은 분석대상 기업들의 실적을 종합 추정한 결과 매출액이 8.7%, 영업이익은 28.1%, 주당순이익(EPS)은 25.2%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선·기계·증권·보험·운송·화학·자동차 등의 업종은 영업이익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검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주가는 더 오를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반대 상황이면 신중해야 한다. 일단 절대 수치가 좋게 나왔다 해도, 주가는 이미 과도하게 올라 있어 거꾸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치가 어땠는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통해 파악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다음으론 4분기 이후 실적을 가늠하는 일이다. 상장사들은 최근 실적 내용을 발표하면
서 향후 영업 흐름에 대한 윤곽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애널리스트들은 그 내용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인 자료를 내놓는다.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지만, 이제 막 좋아지는 기업들이다. 이른바 턴어라운드 종목으로 주가가 급등하게 마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살아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국내 소비재 관련 기업들 중에서 턴어라운드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펀드 투자자들에게도 기업 실적발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업종별·테마별·그룹별 실적 흐름을 파악하면 좋은 펀드를 고르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 펀드는 편입 종목들에 따라 수익률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실적은 주식과 펀드의 가치를 떠받쳐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도 실적의 맥을 짚은 사람들은 동요 없이 투자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국내 경기가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계속 달아오르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기업 실적은 꾸준히 좋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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