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할리우드키드의 생애 신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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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라르 데파르듀가 나오는 「세상의 모든 아침」을 보셨나요.남들은 지루하다는데 저는 참 재미있게 봤어요.「저런 삶도 있구나」「저렇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파고드는 영화도 있구나」하는 생각을했습니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자신의 역할을 말해달랬더니 신혜수(29)는 엉뚱한 얘기를 한다.
『그게 아니고요.』 말을 이었다.『첼로에 인생을 건 데파르듀와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영화에 삶을 던진 임병석(최민수扮)이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제가 나오는 부분은 얼마되지 않아요.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침」의 데파르듀를 흠모했던 것처럼 병석이를 사랑했습니다.』 개봉 날짜(8월6일 대한극장등에서 전국 동시 개봉 예정)만 손꼽아 기다리는 정지영감독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신혜수가 맡은 役은 영화에 중독된 병석과 영화의 서푼이 명길(독고영재)사이에서 情의 갈림길에 선 여인 현숙이다.하 얀 칼라의 여고생이 괴짜 병석이와 수줍둥이 명길을 처음 만난 것은허름한 삼류극장의 객석.병석이가 영화에 자꾸 쏠려가면서 온갖 영화잡학을 늘어놓으면 현숙은 멍해지며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영화에 관한한 열등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 는 명길은 삼각관계에서도 뒤로 밀리고 언젠가 영화에서나 만나보기를 꿈꾸며 체념한다. 원작에 없는 현숙이가 영화에 나타난 것은 영화광 시절을거쳐 현업으로 영화감독이 된 한 사람(명길)과 이젠 영화계의 아웃사이더가 된 한 사람(병석)을 이어주는 매개물로 필요해서다. 영화의 야인이 다 된 병석이를 끝까지 떠나지 않는 현숙이는명길의 시각에서 보면 50~60년대 꿈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살아있는 추억이다.
『현숙이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던것같다』는 신혜수는 역할 비중이 작았지만 주어진 몫을 다했다고자부한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처럼 인생의 반전이 있고 좀 관념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녀는 책을 읽을 때부터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감독이 권하기 전에 먼저 출연에 응했다고 털어놓는다.
88년 데뷔작 『백치 아다다』(임권택감독) 한편으로 단박에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신혜수는 MBC 탤런트 18기로 연기를 시작했다.영화.방송 두 분야에서 똑같은 비중으로 활약하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낸 연기파다.
그래서 그녀는 운이 좋으면서도 자기 연출을 잘하는 배우로 통한다.지난 1년간 연기에서 떠나있었던 그녀는 드라마 『바람꽃은시들지 않는다』에 너무 열정을 쏟다보니 충전 시간이 필요해서였다고 한다.그리고 애지중지하는 콜리種 애견 일곱 마리와 놀아주기 위해서였단다.
글:李揆和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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