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김정일 대외정책 對美.對南협상 파격양보 않을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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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日成 사망후 권력 계승을 정당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金正日이 남북대화와 대외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우리의 관심을 끈다.그는 남북및 대외관계에서 정권생존과 국가안보를보장받으려 노력할 것이며,金日成이 「조선은 하나 」라는 구호아래 고집했던「고려연방제」통일정책과 미국및 일본에 대해서는 실제로「두개의 조선 외교」정책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처럼 다소 모순된 정책을 계승한다면 무엇보다도 對美관계 정상화를 우선시할 것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對美협상에서 현재의 정전협정을 새로운「평화협정」으로 대치하는데 필요한 부수적 존재로 간주할 것이다.이것이 성공할 것인지는 북한 이 현재및 미래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동결할 뿐아니라 과거의 핵기록에 대해서도 투명한 설명을 확실하게 보장할지에 달려있다.
새 정권의 생존과 체제안보를 최우선적으로 성취해야만 하는 金正日이 곧 재개될 北-美 3단계 고위급 회담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지가 의문이다.북한정권의 국부요,체제정당성의 근원이었던 金日成 없이 생존과 안보를 담보하는 최후수단으 로서의 핵무기 개발을 과연 김정일이 포기할 수 있을까.그가 자기 권력기반을 공고하게 구축하는 동안 그의 부친 없이 자기의 권력 계승을지지하는 친족.군부및 당권파들의 기득이익을 도외시할 수는 없을것이며,따라서 對美협상과 남북대화에 서 파격적으로 새로운 양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들의 對南및 대외정책은 우리와 동북아의 안정.평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그들의 위기관리능력이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이때 그들이 남한과 화해협력관계를 모색하고 對美관계에서도 핵문제를 원만히 타결할 것인지가 우리에게는 최대 관심사가 된다.
더욱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이 현존 핵계획을 동결한다면 미국이경수로 지원과 국교수립및 안보보장을 해주는「일괄타결」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지난 5월 인출한 핵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북한은 이 결정을 늦어도 9월중에는 해야한다.그때까지 그것들을 재처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방사능을 유출할 수 있고,부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연료봉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입회하에 재처리 한다면 그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하에서도 합법적이며,그럴 경우 북한은 5개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 연료봉들을 제3국에 이전하든지 국제관리하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고,나아가 앞으로 2년내에 완공될 2개의 흑연감속로와 제2생산시설을 추가한 재처리공장도 모두 동결또는 폐쇄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지금까지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그것들이 완성된 미래에는 매년 20여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시설들을 북한이 동결한다면 미국은 과거사는 일단 묵인해 주고 곧 경수로 지원과 수교를 단행해야 하며 과거에 개발했을지도 모를 핵무기는 그 뒤에 북 한이 스스로 폐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고조되고 있다.이렇게 되면 북한이 남한과 조인했던 비핵화공동선언은 무효화되고 말것이다.물론 설마 미국이 그러한 결과를 용납할리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탈냉전기의 세계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세력이 없어진 이상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기정사실을 추인해왔으며이 양상은 對북한정책에서도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93년7월 판문점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핵무 기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그 나라는 끝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해 11월7일 그는 북한의 핵폭탄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그러나 최근 그는 북한이 한두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 보다도앞으로 더 많은 핵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이처럼 그는 자기가 일찍이 한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다. 국내정치가 외교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는 미국의 정책방향을 당연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냉전시의 우리 외교는 미국의 정책을 대체로 추종하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탈냉전기에 처한 미국의 외교정책은 소말리 아.보스니아.아이티에 대해 보여준 바와 같이 事後반응적이고 갈팡질팡해왔으니 한반도에 대해서도 혹시나 일시적 국내문제 극복을 위해 정기적인 대외위험을 희생하지 않을까 몹시 우려된다.
우리는 진심으로 美-北韓및 남북회담이 성공해 범세계적 핵확산금지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길 원한다.북한의 新정권이 오판을하지 않도록 그 출범때부터 우리와 미국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내용은 같아야 할 것이다.특히 미국이 현존 핵동결 에 지나치게 연연한 나머지 과거사 규명을 요구할 배짱을 혹시 잃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남북대화와 對美외교에서 우리의 스타일은 유연해야 하겠지만 그 내용은 단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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