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 여론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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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자유무역을 신봉했던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급격히 보호주의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이로 인해 4월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신문과 NBC가 공화당 지지자 6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9%가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1999년 12월 조사에서 37%가 자유무역을 긍정적으로 본 반면 31%만이 부정적으로 여긴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자유무역을 보는 보수주의자들의 시각이 급격히 악화한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자유무역에 대한 호응도가 훨씬 낮다. 3월 WSJ-NBC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54%는 "자유무역이 미 경제에 해가 된다"고 했고, 21%만이 "득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2008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 행정부와 의회가 발맞춰 보호주의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무역에 대한 반감은 미국의 교역 구조와 관련이 깊다. 갈수록 중국.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팽창, 미국산 제품이 설 땅을 잃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WSJ는 "지난해 11월 보호주의 색채가 짙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사소한 무역협정마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페루와 파나마와의 무역협정은 이번 의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나 한국과 콜롬비아 건은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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