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삼성전자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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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소니 간에 벌어지는 세계 LCD TV 시장 선두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에 1위를 내준 소니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잃어버린 땅’을 회복하기 위해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세계 LCD 시장에서 금액 기준으로 18.6%의 점유율을 올려 13.2%에 그친 소니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부터 1~2%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던 것과 달리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올 1분기 2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던 소니는 저가형 돌풍으로 13.1%의 점유율을 기록한 ‘비지오’에 밀려 3위로 물러섰다. 점유율 11.7%로 선두 삼성(13.3%)에 뒤진 것은 물론 11%를 기록한 샤프에도 쫓기는 처지가 됐다. 2005년 브라비아 시리즈를 선보이며 샤프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에 올랐던 소니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소니는 200만 화소급 풀HD 신제품으로 선두 탈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소니코리아는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최고급 LCD TV인 브라비아 X시리즈 제품 3종과 대중 명품(매스티지)을 추구하는 W시리즈 제품 5종을 발표했다. 100만 화소 HD급이 대부분인 기존 S와 V시리즈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소니 본사의 사토시 오카와 TV 담당 부사장은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 1위 탈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격 경쟁보다는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고가 대형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X시리즈 132㎝(52인치) 모델 가격은 540만원 선이다. W시리즈는 삼성의 동급 제품보다 10%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6일 X시리즈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소니는 이들 신제품에서 화질과 디자인에 좀 더 중점을 뒀다.

보르도 시리즈의 히트로 LCD TV 시장에서 확고한 발판을 마련한 삼성전자는 내년 이후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 회사는 내년 1월 아르마니와 제휴한 최고급 TV를 선보이고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한 보르도 후속 제품도 내놓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는 물론 가을에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도 보르도의 디자인과 화질이 세계 LCD TV의 표준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보르도를 뛰어넘는 신제품으로 1위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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