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세운 명백한 남녀차별”/「여성채용용모제한」주제 교수의견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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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검찰·기업의 「여여차별」주장 강도높게 비판
여성근로자 모집때 키·체중·용모등 신체조건을 채용기준으로 하면 「남녀차별인가,여성끼리의 차별인가」.이는 명백한 남녀차별이며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5월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여성민우회등 여성계대표 33명이 여상졸업자의 모집·채용에서 신체조건을 제한한 44개 기업체 대표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한 위의 논란을 즈음해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열린 「용모제한, 어떻게 볼것인가」를 주제로한 교수들의 의견발표회 결론이다.
조혜정(연세대·인류학) 김혜숙(이대·철학) 김애실(외대·경제학) 조순경(이대·여성학) 김엘림(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씨 등이 참여한 「모집·채용 고발사건 대책 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이날발표회에서는 용모위주의 채용이 여성간의 차별이라는 검찰·기업체 주장에 대한 반박이 집중적으로 토론됐다.
「용모제한,남녀차별인가 여여차별인가」를 제목으로 발표한 김혜숙교수는『일제시대 일본인에게 적용하지 않는 사항을 한국인에게만 적용할때 이는 민족차별이 아닌 한국인간의 차별이었냐』고 반문하고 『여상 졸업자들에 대한 모집·채용상의 용모제한은 직종구분의 형식을 가장하고 있는 남녀차별』이라고 못박았다.
김교수는 또『기업들이 내세운 키 1백60㎝·체중 50㎏이하의 기준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늘씬한 여성을 표상해 놓은 것』이라며 『이같은 신체조건을 여성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성을 매개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남녀차별』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순경교수는 『기업들의 채용관행이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려면 용모등의 조건이 모집직종의 업무수행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입증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키 크고 늘씬한 여성 옆에서 일하면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 는 기업측 주장이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남성근로자의 채용에도 남자 패션모델과 같은 체격조건을 가진자를 뽑아야 할것』이라고 논박했다.
조교수는 또 설사 고객들이 키크고 늘씬한 여성 판매원이나 승강기 안내원을 좋아한다해도 사용주가 신체조건의 제한을 두어 모집·채용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 규정한 미국의 법규정과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엘림연구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남녀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도 그 조건에 해당하는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현저히 많을 경우 성차별로 규정하고 있다』며 『남녀를 동시에 뽑을때만 남녀차별조항을 적용할수 있다는 사법부의 태도는 형식논리에 빠져 남녀평등의 법리를 그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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