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평창(8·2보선 선거개혁될까: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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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좀처럼 안부는 선거바람
보선정국이 개막됐다.국무회의는 4일 대구수성갑·경주시·영월―평창등 3개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8월2일 실시키로 확정했다.이번 선거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통합선거법이 통과된 이후 첫번째 치러지는 선거로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풍토가 과연 정착될수 있느냐가 실제 현장에서 검증되는 선거다.이는 정치개혁이 성공할수 있느냐와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중앙일보는 보선지역의 실상과 공명선거의 싹을 틔울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현지 취재 시리즈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최근 민자당 영월―평창지구당 사무요원들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영월문화원에서 당원 연수교육 준비를 하던중의 일이다.갑자기 들이닥친 이들 이방인은 행사장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그 결과 플래카드에 선관위 검인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신분을 선관위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은 즉각 플래카드를 떼든지,검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민자당은 그제야 이들이 타지에서 영월로 파견된 선관위 직원임을 알았다.이 일을 겪은 후 민자당의 김병식 지구당사무국장은 『외지사람들이 다니고 있어 누가 선거감시원인지 모른다』면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이곳의 기존 선관위 직원은 영월 4,평창 4명등 8명이 전부.그나마 좁은 바닥에서 다「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러니 불법·탈법 감시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보선은 사정이 달라졌다.중앙선관위는 영월 14명,평창에 13명을 추가로 투입했다.선거를 1주일 정도 앞두고는 여기에 10명씩을 더 보강할 예정이다.김동식 영월선관위사무국장은 『혼탁양상이 보이면 전국의 선관위 직원들이 모두 투입될 수도 있다』고 기염이다.
선관위의 서슬은 퍼렇다.선거법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즉각 내용을 공개하고 규정대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출마예상자 2명이 선관위의 지적에 바로 연구소 간판의 사무실을 폐쇄했다.
파견된 선관위 직원들은 핸드폰·무선호출기등 장비를 갖추고 매일 아파트·관공서·정당·통―반―리장·새마을 부녀회등을 상대로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일이 정해졌음에도 현지는 차분한 분위기다.
김선관위사무국장은 『경험으로 볼때 지금쯤이면 제법 시끄러웠는데 이번은 조용하다』고 말했다.유권자들이 모여 회식도 하고,당원단합대회 명목의 행사도 잦아질 때가 됐는데 이번 보선에서는 보기어렵다는 것이다.사조직 모임에서 기념품이 뿌려 지던 것도 없다고 한다.
영월중심가의 실백스탠드바 종업원은 『선거경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영월역 부근의 럭키목욕탕도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까지 했다.
고급식당축에 속하는 S식당의 김모사장은 『구설수를 피한다고 공무원들이 늘 하던 회식까지 연기하는등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택시기사인 손모씨는『선거를 하는지 마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영월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지금쯤이면 후보들에게 관심을 보일만한데 이번 선거는 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새 선거법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았다.선거관계자들 대부분이 『유권자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돈 못쓰게 하는 선거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점만으로「공명」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 유력후보는 『다녀보면 돈안쓴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계속 돈을 풀지 않으면 운동원들이 막판에 자기측 후보를 비난하는 일종의 금단현상을 보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자당공천자로 확정된 김기수씨와 민주당 공천가능성이 높은 신민선전의원,함영기농촌지도자 중앙회장,민주당 이장희의원 비서관 출신인 엄의현씨등 출마예상자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있으며 원성희전대한중석사장,이상춘씨,심명보의원 보 좌관 출신의 강도원씨등이 출마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민당에서는 영월중을 다닌 재야의 고영구변호사를 영입하려 노력한다는 소문이다.<영월=김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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