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리아에 스커드 공장 지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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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 생산 공장을 건립해 줬으며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에서 탄도미사일 개량과 발사실험을 돕고 있다고 전 이스라엘 고위 관리가 1일 주장했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은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리아에 스커드 C와 스커드 D 미사일 공장을 건설해 줬으며, 북한 기술자들이 이 미사일의 성능 개량 및 발사 실험을 돕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말했다. 스커드 C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 스커드 D 미사일은 사거리가 600~1000㎞에 달하며 정확도도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시리아에 스커드 C 미사일 100여 기를 판매하는 등 1980년대부터 미사일과 관련해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사일 생산공장을 지어 줄 정도로 협력 수준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특히 지난달 6일 최소한 4대 이상의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영토 내의 핵 관련 의혹 시설을 공습한 것과 관련, 공습 대상이 북한산 미사일이란 추정이 나오면서 이 주장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넬슨 리포트를 비롯한 워싱턴 소식통들은 시리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이스라엘 전역을 공격할 수 있고 핵탄두도 장착 가능한 첨단 스커드 D 미사일(사거리 600㎞ 이상)을 공급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를 파괴하기 위해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도 "지난해 12월 시리아가 이란의 자금을 지원받아 북한으로부터 최신 노동미사일을 도입했다"고 보도해 이스라엘이 이를 파괴하기 위해 공습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루빈 전 국장은 "시리아는 러시아제 지대지 미사일인 SS-21을 모방한 북한제 미사일을 얻기 위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해 온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며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이란에도 탄도미사일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앤드루 셈멀 미 국무부 핵비확산담당 부차관보 직무대행도 최근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이 제기된 뒤 "시리아에 북한 기술자들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알리드 알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1일 유엔 총회에서 "미국 내 일부 인사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시리아와 핵 협력을 했거나 핵물질을 이전했다는)헛소문을 퍼뜨리고 뉴스를 가공하고 있다"며 북한의 대시리아 핵 이전설을 부인했다. 그는 "이들 미국 인사들은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이스라엘과 공범이 됐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스커드 미사일=옛 소련이 나치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동.서 냉전 시기에 개발한 전술용 탄도미사일. 핵과 재래식 탄두 모두 장착할 수 있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며, 관성 유도장치를 갖고 있다. 1957년 A형이 첫 실전 배치됐으며, 개량을 거쳐 사정거리 700㎞인 D형까지 나왔다. 소련은 북한과 이란.이라크.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 스커드 미사일을 수출했으며 각국은 스커드 기술을 활용해 사정거리 1000㎞ 이상의 자체 미사일을 개발했다. 사정거리 1000~1300㎞인 북한의 노동 1호도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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