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완구/“독창­차별화로 관심 끌어라”(디자인에 건다: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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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OEM 벗어나 색상·견고·안전으로 승부를
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유모차·보행기·그네등 승용완구 업계가 수출부진과 내수시장 잠식이라는 2중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뛰어난 미국·유럽산 제품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가하면 값싼 중국·대만제품들이 바짝 우리의 뒤를 추격해 옴에 따라 해외 수출시장에서도 점차 설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기업이 해외에 수출한 승용완구는 2천1백95만달러어치로 92년 동기대비 18%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이보다 많은 27.1%가 늘어난 2백90만1천달러를 기록했다.승용완구업계도 자체 기술개발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등의 상승으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것도 디자인이 뛰어난 자체상표의 제품개발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4년부터 자체상표로 수출을 해오고 있는 승용완구 전문업체 한일레인보우의 김철태 기획관리부장은 『최근 중국·대만등의 값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들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주문이 끊겨버리면 하루아침에 회사문을닫을 수 밖에 없는 OEM수출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따라서 스티커·라벨·색상등 디자인이 독특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생활변화 맞춰 제품 개발
거센 우루과이 라운드(UR)파고로부터 내수시장을 지키고 해외로 시장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창의적이고 국제화된 디자인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공략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로 성공을 거둔 업체로 (주)한국 아프리카가 꼽힌다.「아가피아」라는 상표로 잘알려진 한국 아프리카는 6개월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올초 4접철형 유모차「NA―12」제품〈사진〉을 내놓았다.김량화 개발실장을 포함,모두 5명 의 디자이너들이 팀을 이뤄 만들어낸 이 제품은 지하철이나 차량 이동시,또는 계단등을 오르내릴때 편리하도록 무게와 크기를 간소화한것이 특징이다.
기존제품보다 2㎏정도 줄여 본체의 무게를 3.2㎏으로 경량화,휴대하기 편리하게 했으며 핸들을 원터치 조작방식으로 처리,한번에 접을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또한 핸들과 보호자와의 간격,이동시 생길수 있는 돌발사태,좌석의 크기등 인체공학 적인 면을 고려해 구조물의 치수를 결정했으며 타이어크기를 1백20㎜로 해차체에 미치는 충격을 감소시키고 파이프 연결부위에 완충장치를 두는 디자인을 고안했다.
이 제품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 박종민씨는 『차량을 이용한 나들이가 잦아지는등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고 있는데 착안했다』고 개발동기를 밝혔다.
승용 완구업계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한 일본의 콤비사.87년 승용완구업계에 뛰어든 이 회사는 (주)일본 아프리카가 독주하고 있던 시장을 매년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라는 무기로 공략,시장석권에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독특하면 고가에도 인기
「콤비」라는 상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이회사는 핸들·등받이·차양등에 편리한 기능을 더하는 한편 같은 모델이라도 매년 색상·문양등을 바꾸는 디자인전략으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소비자가 사고싶게끔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을 한다」는 평을 받게된 콤비는 일본 아프리카를 누르고 승용완구업계1인자로 서게된 것이다.
이밖에 심플하고 견고한 디자인으로 고가품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프랑스의「샤르통」,안전도에 세심한 배려를 한 독일의「베베겐데 프라운드 샤프텐」등도 자기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굳건한 아성을 지키고 있다.
지적 재산권·의장특허등 선진국들의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것도 우리기업이 창의적인 디자인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안되는 기업외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피(모방)천국」인 한국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종민씨는 『올해 들면서 부쩍 사출물 하나하나에까지 일본측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해 승용완구업계도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디자인 경쟁시대에 돌입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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