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산책>함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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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학생들 사이의 유행어에「엄마 나 맞아」시리즈가 있다.이 가운데 고슴도치의 이야기가 있다.고슴도치 엄마가 있었다.하루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 이렇게 말했다.
엄마:얘,나 말이야 진짜 고슴도치 엄마 맞니? 아기:그럼요.
엄마는 고슴도치 엄마예요.
엄마:그런데 참 이상하구나.난 왜 네가 밉니? 이 이야기는「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속담을 바탕에 깐 우스개다.이 속담은 고슴도치는 털이 바늘같이 꼿꼿한데 제 새끼의털이 부드럽다고 옹호한다는 말이니,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모른다는 말이다.그러니 위의 고슴도치 이야기에서는 고슴도치 어미가자식이 미우니 자기가 고슴도치이겠느냐고 한 말이다.
속담에 쓰인「함함하다」라는 말은「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을 나타낸다.그리하여「고양이의 털은 함함하다」나「고슴도치가 제 새끼를 함함하게 여기듯이 아무리 못된 자식이라도 제 새끼는 귀여워하게 마련이다」.이렇게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은 李箕永의『고향』이란 소설에 다음과 같이 쓰이고 있다. 『인순이는 진땀이 송골송골 나서 이마털이 함함한 것을 손바닥으로 씻어 넘기며 그의 쌍꺼풀진 눈을 할끗 흘겼다.』 朴鍾和는 이 말을『비로봉』이란 시에서 구름에까지 전용한 것을 보여 준다. 『발 아랜/오호 구름바다 東海바다/또다시 끝 모를 구름바다/함함도 하오시오 太古寂도 하오시오.』 朴甲洙〈서울대교수.
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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