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개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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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경우 절대 음감을 키우는 귀의 훈련은 5세를 지나면 이미 늦다고 한다. 이런 음악훈련을 제대로 쌓으려면 먼저 교육열이 강한 부모와,부모·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아이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이래야만 매일 반복하는 연습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공을 거두게 된다고 한다. 이러니 교육열 높고 본심 깊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세계음악의 정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 음악평론가들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 이치대로라면 아시아중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효심이 강하다 할 한국이 유력한 음악인의 탄생지와 음악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지금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한국학생은 이젠 결코 소수가 아니고 상당한 세력까지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열리는 신인음악회에서 절반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는게 요즘 실태다. 뿐인가,지금 세계를 놀라게 하는 천재연주가라면 그저께 현란한 음의 세계를 연출했던 한국의 장영주고,일본의 고도 미도리며,중국계의 엔 오뉘로,이 모두가 아시아계 음악인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베르디 성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2,3위를 한국인이 휩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의 영화가 자동차수출 1년치를 능가하는 효력을 발휘한다지만 장영주같은 세계적 연주자 1명은 자동차수출 및 십년치 상회할 수 있는 국력의 효과를 자랑할 수 있다. 이 장영주를 키운 줄리어드 음악원의 조지프 폴리시 교장이 지금 서울에 와있다. 명분은 줄리어드 한국동창들을 만나기 위해서라지만 때가 때인 만큼 그에게 쏠리는 눈길에 긴장감이 돈다.
외국어학원 개방을 둘러싸고 국내 학원이 초비상상태에 돌입했고 95,96년에 음악학원과 예비학교가 개방되면 그 뒤를 이어 분교까지 밀어닥칠 급박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가 OECD에 가입하게 된다면 그 날로 당장 서울에 줄리어드나 커티스 음악대학의 예비학교가 세워지고 분교가 들어설 전망이다.
예술종합학교가 문을 연지 2년째,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단계다. 이럴 때 음악학교가 개방된다면 실기중심의 음악교육은 일어서지도 못한채 주저앉고마는 꼴이 될 것이다. 한국의 음악가들이 세계를 석권할 수 있을 만큼 음악학교도 줄리어드를 능가할 경쟁력있는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설비와 시설을 확충하고 외국의 유명 교수진을 확보해 세계적 음악교육장이 되게끔 정부지원이 강력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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