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동산 日투자자 헐값처분 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때 美國을 통째로 삼킬 것 같은 기세로 對美 부동산 투자에적극적으로 나서던 日本기업및 부동산 회사들이 금년 들어 이의 처분에 열을 올리고 있다.일본의 미국내 부동산 투자는 이른바「상투끝을 잡았다」망한 전형적인 케이스.
80년대 후반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한참 오를 때 샀다가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자 막대한 부동산 대출금의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헐값 판매에 나서게 된 것이다.85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일본이 사들인 미국내 건물및 토지 등 부동산의총액은 대략 7백억달러 규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부동산들의 자산 가치는 그동안 하락을 계속해 현재 구입 당시보다 최소한 30% 정도는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소유의 부동산이 헐값으로 팔린 대표적인 예는 몇개월전 일본신용은행이 중급 호텔 체인인 하워드 존슨 호텔 16개를 미국 투자가에게 넘긴 경우.이 호텔들은 감정가가 7천2백만 달러에 달했으나 실제 거래 가격은 시가의 25%선인 1천 9백만 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다이이치간교(第一勸業)은행이 2억달러에 원매자를 물색중인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소재 리츠.칼턴.헌팅턴 호텔등 10개 동산 패키지 역시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밑지고 팔려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 버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다이이치은행 뿐만이 아니다.최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부동산 관련업체인 케내스 레벤탈社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일본 은행의 45%,리스 회사의 80% 및 건설회사의63%가 금년중에 처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레벤탈사측은 이에 따라 올해중 처분될 일본 부동산들의 거래액이 30억~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신용은행 소유 건물의 매각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소유의부동산은 건물 한두개씩 보다는「한몫」에,또는 소문없이 은밀하게거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손해액을 알려봐야 투자자 명예만 실추될 뿐이고 다른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거래가 가장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곳은 對美 부동산 투자의 60%정도가 몰려 있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부동산중에서는 사무실용 빌딩보다는 호텔이나 기타 숙박 시설등을 내놓은 곳이 더 많은데 이는 호텔 등이 상대적으 로 유지비가 더들기 때문이다.일본 소유 부동산들의 헐값 처분이 이처럼 부쩍 늘어나는 것에 대해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들은 반색을 하며적극적인 구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들은 일본 소유 부동산들의 재정상태및 대출금 상환기록등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 형태로 공유,거래시 공동 보조를 취하는가 하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일본까지 출장을 가 담판을 벌이는등 호기를 놓지지 않겠다는 자세들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전문사인 에른스트 앤드 영社의 부동산 회계 상담 책임자인 마이클 에빈스씨는『일본소유 부동산들에 대한 재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것 같다』고 밝히고 있어 일본에 넘어갔던 부동산「되찾기」바람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 이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