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백, 빵때림으로 대세 아바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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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 하이라이트>
○ . 박문요 5단(중국) ● . 조한승 9단(한국)

 한국 대표기사 이창호-이세돌은 일본과 중국의 신예가 일찌감치 지명했지만 중국 대표기사 구리-창하오-후야오위는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도 아직 지명하는 기사가 없었다. 한국 신예들은 조훈현-조치훈-서봉수-마샤오춘 등 노장들과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일본 기사들을 먼저 지명해 ‘실속’을 선택했다. 전기 우승자 창하오 9단은 결국 14번째 김혜민 4단에게 돌아갔고 중국 최강 구리 9단은 맨 마지막(16번째 지명권자) 조혜연 7단 차지가 되었다. 용감하게 강자를 지명하여 일찍 탈락하느냐, 약자를 지명해 승리 가능성을 높이느냐는 순전히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복잡미묘하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리와 창하오를 여자 기사에게 떠넘긴(?) 한국 신예들은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명제는 많은 화제를 낳았으나 이처럼 대회를 희화화하는 요소가 있었다. 어떤 기사는 “선택 자체가 커다란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장면도(78~88)=흑▲들은 백진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온 감이 있다. 박문요 5단이 78로 밀어붙여 퇴로를 위협하자 조한승 9단은 황급히 79로 달아난다. 80 때 81도 불기피한 수비. ‘참고도’ 흑1로 두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백2의 일격으로 무너지게 된다. 결국 88에 이르러 백은 석 점을 빵따내는 대 전과를 올렸다. 전판을 호령하는 이 강력한 두터움에 당장 하변 대마가 엎드려 기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러나 흑이 좌상귀를 잡기만 한다면 모든 죄과는 용서된다. A로 밀면 귀는 사는 걸까, 죽는 걸까(86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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