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94월드컵 대표팀 壯送에 부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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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월드컵축구 대표팀이 드디어 장도에 올랐다.연속 3회,통산 4회째의 이번 출전을 온 국민이 설레는 가슴으로 지켜보고 있다.
부디 선전을 거듭해 기필코 숙원의 16강 진출을 달성하고 2002년 월드컵 유치를 향한 주춧돌을 놓아주길 기대 하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렬한 팬의 입장에서 몇가지 노파심어린 충고를 대표팀에 전하고 싶다.
우선 전제하고 싶은 것은 이번 월드컵이야말로 상위그룹과 하위그룹간에 엄청난 격차가 없이 게임마다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며,그 어느 대회보다도 파란과 이변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그 근거로는 우선 80년대 후반 부터 나타나고 있는 세계축구의 평준화 추세를 들수 있고,다음으로는 이번 대회가 축구에 관한한「제3세계」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열린다는 점이다.스페인이니,독일이니,이탈리아니…이름만 들어도 벌써 주눅이 드는 축구의 메카가 아닌 단지 스포츠 천국인 미국에서 열린다는 점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팀들에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상당히 덜어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사상 가장 광대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대회를 목전에 둔 처지에서 기술이나 작전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필자는 다만 대표팀에 몇가지 당부하고 싶다.
첫째로는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크게는 댈러스와보스턴을 오가는 대회기간 내내 팀 분위기를 흐트러짐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작게는 한 게임 한 게임에서의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스페인.볼리비아.독일 모 두가 객관적으로 보아 우리보다는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팀들이다.상대방의 몸짓하나도 놓치지 말고 90분 내내 집중력을 가지고 맞서야만 한다. 둘째로는 볼리비아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점이다.분명히 대회 전기간을 통해 우리팀의 전체적인 컨디션 사이클이 상승과 하강곡선을 번갈아 그릴텐데,볼리비아전때 꼭 상승국면에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또한 지독하게 승운이 안따라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비기거나 질 수도 있다.최악의 경우 목표대로 볼리비아를 꺾는다 해도 스페인과 독일에 참패한다면 대망의 1승을 올려놓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이 생겨날 수 있다.서전인 스페인전부터 자신감을 갖고 정면대결 해주기 바란다.
설령 지는 한이 있어도 한 골이라도 골차를 줄이겠다는 각오로 싸워야만 한다.어느 한 게임을 일부러 포기한다든지,스코어가 벌어졌다고 해서 자포자기한다든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셋째로는 16강만이 목표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유치를 향해 뛰고 있다.당연히 세계축구계의 시선이 우리팀에 집중될 것이며,그들은 한국대표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우리의 축구 수준과 축구문화를 평가하려 들 것이다.경기장 내에서는 투지있는 페어플레이로,밖에서는 세련된 매너로 한국과 한국축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야하는「축구대사」의 역할을 대표팀은 해내야 한다.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결코 한국만의 대표가 아 니다.세계인구의 절반을 넘는 30억 아시아인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그 30억명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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