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단독범일까…/「박군」수사 경찰 잠정결론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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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흉기 둘·혼자 2명 살해 의문 검찰숙제로/박군 공범진술 일관돼 제3범인 가능성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약업사 살해사건은 그동안 단독범·공범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진술을 번복하던 범인 박한상군(23)이 31일 또다시 진술을 번복,단독범행이라고 자백함에 따라 발생 13일만에 박군의 단독범행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2개이고 ▲혼자서 부모를 90군데나 찔러 살해했다는 진술이 납득하기 어려우며 ▲화재 당시 박군이 도망쳐나온 출입문외에 다른 지하 출입문이 열려 있었던 점 등은 이번 사건을 단독범행으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의문점이어서 검찰이 풀어야할 숙제다.
경찰은 사건발생 1주일만에 아들 박군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확보,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듯했다.
사건발생 직후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온 박군 머리에 피가 묻어있었다는 간호사의 진술과 박군이 조카(12)를 집에 놔둔 채 운동화까지 신고 혼자 도망나왔다는 소방관들의 진술은 박군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경찰수사는 박군이 검거 하루만인 27일 진술을 범복,『친구 이모군(23)에게 1억원을 주기로 하고 범행을 공모했다』고 진술하면서 난항속으로 빠져들었다.
경찰은 곧바로 이군을 연행했지만 애당초 박군 진술에만 의존,방증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이군의 주장과 알리바이를 뒤집을만한 물증확보에 실패했다.
경찰은 박군 진술을 믿을수 없다고 보고 재조사에 착수,결국 박군으로부터 『공범이 있으면 죄가 가벼워질줄 알고 평소 사이가 안좋았던 이군을 지목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박군이 당초 이군을 공범으로 지목한 뒤 계속된 추궁에도 구체적인 공동범행 내용을 일관성있게 진술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박군의 공범진술이 전혀 허위였는지는 계속 의문이다.
더욱이 박씨 부부의 부검결과 모두 오른손잡이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흉기 2개가 모두 오른손잡이에 의해 사용됐다면 범인이 2명이상이 아니냐는 의문은 당연히 뒤따른다.
경찰관계자는 『제3의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단 박군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지만 공범여부를 캐기위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군 사건은 검찰로 넘겨진 이후에도 공범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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