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일과 가정의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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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의 출장준비는 언제나 슈퍼마켓에서 장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집을 비우는 동안 남편이 먹을 식사와 간식.과일등을 미리 챙겨놓아야 하기때문이다.
백화점에서 여성의류 바이어겸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는 나는업무상 집을 비우고 출장을 가는 일이 잦은 편이다.상품기획과 구성.관리,매장관리를 위해서는 지방출장은 물론 수시로 해외출장도 떠나야 하기때문이다.
내손과 나의 감각을 요하는 업무가 너무도 많다.가정 곳곳에서도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너무나 많다.결혼과 함께 생활의일부가 돼버린 가사는 늘 머리 한구석에 큰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다.일과 가사가 뒤섞여 정신이 없을때 나는 먼 저 할일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해 한다.
「나는 젊다.나는 힘이 있다.지금은 일을 할 시기다.일이 좋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머지를 여기에 맞춰 조화를 꾀한다.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남자(남편)의 배려와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그런 의미에서 협조와 충고.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같은 남편에게 감사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생활의 일부며 한 흐름이다.회사를 벗어난 행동들,예를 들어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음악을 듣는 것등도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곧 업무의 참고서요,지침서요,자료가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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