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무색 國調 답보-검찰 보강수사 놓고 與野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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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與野영수회담은 일단 경색정국에 훈풍을 불어넣어 주었다.金泳三대통령이 李基澤 民主黨대표에게 『국정조사에 내각이 최대한 협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약속했고 民主黨측도 이를 환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與野관계가 곧바로 정상을 회복,앞으로 정국이 잘풀려나갈지는 미지수다.30일 국회법사위에서 與野간사들이 벌인 논란이 이를 반증한다.
향후 국정조사 일정을 잡기 위해 만난 與野간사들은 우선 국정조사의 핵심인 예금계좌 추적에 대해 시원시원한 합의 대신 피곤하고 지루한 입씨름을 벌였다.
民主黨간사 姜喆善의원(沃溝)은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만큼 정부.여당도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표추적방식을 새로 제기했다.즉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벌인 결과 의혹투성이이므로 검찰은 曺琦鉉 前청우종합건설 회장의 단순횡령사건으로 처리하지 말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수표추적을 하는등 보강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는 것이다. 民自黨측은 그러나 이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民自黨간사 咸錫宰의원(天安)은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국회가 개입할 사안은 못된다』고 일축했다.咸의원은 대신 『民主黨이 그동안 주장해온대로 은행감독원 또는 감사원의 수표추적 전문가를 사무보조원으로 위촉한 다음 은행감독원과 관계 금융기관을 찾아가 수표추적에 협조를 부탁하는 방법은 고려해 볼수 있다』고 밝혔다.
與野간사들은 국방부와 사법부의 반대에 부닥쳐 들춰보지 못한 문서를 검증하고 증인을 출석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을 벌였다. 民主黨측은 『국정조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전혀없으므로 문서검증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民自黨측은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내에서의 협조를 강조했을 뿐』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증인출석과 관련,民主黨은 『曺씨와 徐義玄 前조계종 총무원장을부르기에 앞서 다른 관계인에게 먼저 물어보자』고 요구했다.曺씨를 검찰에 고소한 李東永 前대로건설사장등의 입에서 의혹을 부풀릴 이야기들을 먼저 듣고 계속 공세를 취해나가기 위한 속셈에서다. 그러나 民主黨의 이런 계산을 간파하고 있는 民自黨은 『의혹을 일으킨 당사자부터 불러야 순서가 맞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이날 회의는 큰 정치를 하기로 한 與野영수회담이 「총론적 합의」에 불과할 뿐 「각론」에 들어가서는 정치력 발휘 의 폭이여전히 넓지 않음을 입증해준 자리였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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