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유학은 가야 한다/김석현 사회1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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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학생 박한상군(23)의 부모살해·방화사건은 미국 LA 등지의 교민·유학생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얼마전 이곳에서 발생한 대지진 만큼이나 강한 충격의 강도가 만나는 이들의 표정에서,행동에서 느낌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학생들은 느닷없이 터진 사건이 자신들에게,아니 전체 유학생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리란 걱정으로 깊은 낭패감에 빠져있다.
가뜩이나 자신들에게 던져지던 곱지않은 시각이 더욱 따가워지리라며 적잖이 술렁대고 있다.
너나없이 개탄했던 무분별한 유학에 대해 이번 사건은 백마디 말보다 훨씬 강력한 경종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은 특히 정부의 유학자율화 시책이 발표된지 얼마 안돼 발생함으로써 그 의미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까지 낳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전체 유학생이 매도되거나 유학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시각이 왜곡되어선 안된다는게 유학현장을 살펴본 기자의 생각이다.
유학의 행태는 크게 세가지로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국내에서 성취할 수 없는 첨단의 학문을 개인차원에서 습득함으로써 국가간 기술이전의 높은 벽을 넘어 국가차원에서 국제경쟁력의 초석을 쌓는 일이다.
두번재는 그만큼까지 학문을 닦지 못하더라도 건실하게 해외에서 견문을 쌓아 다양한 국제감각을 얻음으로써 개인적으로 국제인의 한사람으로 성장,인적 차원에서 한국을 넓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유달리 교육열과 학벌중시 풍토가 강한 우리 여건에 적응 못하는 소위 낙오생들의 도피성 유학이 그것이다.
다분히 부모나 본인의 책임인 세번째 경우가 극단적으로 도출된 사건 때문에 자칫 국가차원에서 장려돼야 할 앞서의 유학물결이 그 흐름을 차단당하거나 장애를 받아선 안된다.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의 인종이 모인 경쟁터에서 우수한 두뇌와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소수의 부작용이 빚어지더라도 국제감각을 지닌 인재를 한명이라도 더 길러내는게 세계화·개방화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규제와 통제 일변도의 우리 정책과 제도가 모처럼 자율을 강조하고 나선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미국 l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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