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을찾아서>신이현.김정미씨 장편소설 첫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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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세대 여성의 사랑과 삶을 다룬 장편소설 2편이 두 여류신인작가에 의해 출간됐다.신이현씨(30)는『숨어 있기 좋은 방』,김정미씨(32)는『이런 여자』를 각각 처녀작으로 도서출판 살림과 나남출판에서 펴냈다.신춘문예나 문예지추천등 등 단제도를 거치지 않고 단행본이란 형식으로 독자와 직접 만남을 시도한 면에서도 두 작가는 신세대답다.
김정미씨의『이런 여자』는 조선조 명기 황진이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오늘의 여인 황지니라는 주인공에게 덧씌운 작품이다.혼자 사는 술집 마담의 외동딸로 태어난 지니는 여고시절 그녀를 연모하던 한 대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한다.그녀는 명문 대에 입학,사법연수생을 만나 1년간 사랑을 나누나 결혼에는 실패한다.한 도예가와의 우연한 만남과 계약결혼,헤어짐,그리고 거기 이어진 혼자만의 인도여행,마침내 귀국한 그녀는 여성학을 강의하는 한 대학강사와 결혼한다.『이런 여자』의 기 둥줄거리다.
작가는 지니의 이야기에 중학교 교사이며 작가 자신인 또하나의화자「나」를 등장시켜 作意를 설명하는 특이한 방법을 쓰고 있다.『이런 여자』는「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자본 적이 없다」는작가 혹은 인간의 억눌린 원초적 욕구를 지니라 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자』가 일과 사랑과 자유를 적극적으로 움켜쥐려는 여성을 그린데 비해 신이현씨의『숨어 있기 좋은 방』은 그런 것들로부터 아예 도피해버리려는 소극적 여성을 다루고 있다.의미를 찾을수 없는 대학생활을 중퇴한 20대 초반의 주인 공 윤이금.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정처없이 걷다 오동나무가 있는 기차길 옆 여관을 찾아들어 그 방에 웅크리고 있는 또래의 남자 태정과관계를 갖는다.술과 섹스로 며칠을 보낸 이금은 그 방에서 나와대학동창 휘종과 결혼한다.그러나 틈 틈이 오동나무가 있는 그 여관방으로 가 태정과 관계를 갖곤 하던 그녀는 끝내 갓난 딸을놔둔채 시댁에서 쫓겨난다.
시댁에서 쫓겨난뒤 태정의 여관방을 다시 찾은 이금은 태정이 자살한 사실을 알고 그방에 새로 들어와 기거하고 있는 또다른 남자와 틀어박힌다.
『괜찮아.그냥 흘러가는대로 맡겨둬보라』고 말하는듯 하는 오동나무 여관방에 이끌렸듯『숨어 있기 좋은 방』의 주인공의 모든 행위는 내면의 욕구와 흐름에 의해 한없이 가볍게 움직인다.그러므로 지극히 비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이다.그러나 작가 가 노린 것은 한없이 가벼운 세대의,한없이 가벼운 양태만은 아니다.
상징적 문체와 치밀한 구성으로 기성사회에서 쫓겨난 주인공 이금이 다름 아닌 인간의 내재된 본성,나아가 인간의 원초적 존재양태임을 한없이 쓸쓸하고 무겁게 드러내고 있다.시댁과 여관방,기성사회와 개체적.원초적 인간을 대비시키며 사회 성이라는게 깃털같이 한없이 가볍게 날아오를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 자유를 얼마나 옥죄고 있나를 아프게 드러내는 소설,그리하여 참다운 신세대로서의 삶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소설이『숨어 있기 좋은 방』이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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