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유산재조명>4.교육분야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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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음으로 산업인력양성에 체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우리의 교육은 사회교육대신 평생교육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사회에 써먹을수 있도록 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당시 국제정세등 사회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한 상태에서 늘어나는 취업에 대한 욕구 만을 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대학문이 넓어졌기 때문이죠.
▲權위원=89년5월 全敎組사태는 우리교육의 큰 상처가 아닐수없습니다.全敎組사태 발생은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다고 믿은 교사들의 불만과 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욕구가 근본 원인인데요. ▲許교수=당시 교육부에서 너무 강경대응을 했었어요.全敎組를 흡수.포용하는 쪽으로 순화정책을 폈으면 사태가 그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全敎組는 초창기에 참교육등 교육의 참신성을 주장한 것은 좋았어요.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내려보낸 교사용 지침서가 아닌 자신들 나름대로의 수업을 하고 아이들에게 폭넓은 사고를 하게하는 것등을 들수 있겠지요.
▲李교수=全敎組에 참여한 교사들의 동기가 모두 같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도덕적 기준과 역량에 맞게 교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현체제 아래서는 어렵다는 것,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도 없었다는 점등이 노조 라는 조직으로 뭉치게 만든 것입니다.당시 교사들의 노조결성이 현행법으로 금지됐다면 상대를 교육부가 아닌 입법부쪽으로 했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즉 노조결성을 가능케하는 입법투쟁이 오히려 바람직했다는 말입니다.교육부도 全敎組를 이러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한 잘못이 있어요.
▲韓교수=全敎組문제는 6共 교육정책 최대의 수치라 할수 있고역사적으로도 교육의 실패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全敎組로서는 활동방향을 교육의 논리가 아니라 노동과 안보등 비본질적인 논리로이끌어갔기 때문에 1천5백명이란 희생자가 생기 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대신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부각시켰고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제공했습니다.또 교육관료들로 하여금 교육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할것입니다.
▲權위원=결과적으로 全敎組활동 이후 1조3천억원의 예산이 교육환경 개선비로 투자됐지요.그런데 우루과이 라운드(UR)이후 국가경쟁력강화 문제등이 집중거론되면서 우리교육도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韓교수=우리한테 주어진 과제의 하나는 인간교육의 실현입니다.이를 위해서는 중등교육을 정상화해야합니다.그런데 이의 걸림돌이 대학입시입니다.현재의 대학입시를 보면 과연 중등교육을 이런식으로 유인해도 되느냐는 의구심이 듭니다.이와함 께 직업교육또는 기술교육을 강화해야 된다고 봅니다.이는 국가적.시대적 과제이자 개인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합니다. 직업교육이 대학에 낙방한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시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한 한국의 산업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뿐입니다.오히려 똑똑하고 실력있는 학생들이 직업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산업현장과 교육의 연계는 이제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이것이 결여되면 우리교육의 장래는 어렵다고 말할수 있습니다.산.학연계의 결정적 역할은 대학입니다.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죠.
▲許교수=교육의 발전이 21세기를 대비하는 핵이라 할수 있죠.앞으로의 세계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경제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게하기 위해서는 민간주도로 해야하듯 교육도 독창성이 발휘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주도가 바람직합니다.그래야 경쟁력을 갖춘 힘있는 교육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힘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합니다.초.중등은 전문교사 만드는데 힘을 쏟고 대학은 교수들의 창의적 연구와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를 아끼 지 말아야죠.
▲李교수=국가가 경쟁력을 갖추기위해서는 우선 연구인력이 필요합니다.다음으로 연구인력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따라 생산하는 전문인력,그 밑에 공정수준의 전문기술인력 순이 될 것입니다.그러나 이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단기적 차원이고 경쟁력 배양을위한 장기적 안목으로는 보통교육을 어떻게 해야하느냐로 집약됩니다.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체제는 과감히 청산해야 합니다.교육학자들은 2010년에 가면 전세계의 공교육체제가 붕괴될 것이라고까지 예견하고 있습니다.세계적으로도 현재 공교육체제의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치는 「Home Schooling」이 점차 확산되고 뜻있는 사람끼리 모여 학교를 세우는 것이 자율화돼있는 실정입니다.교육에 대한 서비스는 교육고객에게 질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돼야합 니다.우리현실은 교육공급자가 그 질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는 실정이죠. ▲韓교수=적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실험학교와 현재의 형태와는 다른 교육형태가 민간차원에서 요구돼야하고 지역별로 강화돼야한다고 봅니다.이것이 가능하기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확보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하고 지역간 교육을 차별화시키도 록 해야합니다.국가에서 할일은 이에대한 조정역할과 방향설정만 해주면 됩니다.
▲權위원=논의를 요약해보면 몇가지「化」입니다.국제화.민주화.
산업화시대에서 교육이 어떠해야 되느냐.민주화시대에서는 선의의 평준화교육.재능교육이,산업화시대에서는 실업교육.직업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될때,국제화시대에서는 대학교육의 수월성 과 경쟁력이높아져야 살아남을 수있지 않겠느냐로 집약할수 있겠습니다.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체제에서 분권화돼야하고 자율화로 넘어가야하며,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수 있는 다양한 정책으로 반영해야한다.이렇게 해야 바른 교육으로 나아 갈수 있지않느냐는 말씀이었습니다.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정리=金石基.鄭載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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