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아스피린-뒤틀린 사회구조 꼬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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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극단76의 창작극『아스피린』은 동학군의 후예로 1백년만에 환생했다고 믿는 한 정신병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다.
〈사진〉 화장터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다리가 짧아지는 병에 걸려 무릎아래를 절단하고,지하 1천m에서 수입마늘을 손질하다 머리가 빠지는 병에 걸린 어머니,사이비종교에 빠져 기도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와 동생,일본인 상대 윤락녀가 된 여동생등 그의 집안은 사회 밑바닥 인생들의 집합소다.
다리가 잘려서,머리카락이 빠져서,소파수술의 후유증으로,정신병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들은 진통제를 날마다 먹어댄다.이 가족의 삶은 그 자체가 진통이고 이 진통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은「아스피린」뿐이다.그러나「아스피린」은 통증의 원인을 완치시켜주지 못한다.날마다 먹는 양이 늘어갈 뿐이다.
쉼표없이 진행되는 빠른 장면전환과「우리 회사 달력은 흑백」「윤락은 관광자원」등 거침없이 쏟아지는 풍자의 언어들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연극계의「무서운 신예」박근형의 뒤틀린 사회구조에 대한 통렬한메스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연출 박근형.기주봉.강성해.성동일등 출연.6월30일까지 이화예술극장(대학로).(764)0964.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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