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하청업체에 스포티지 강매/1천여대/납품대금­자동차값 상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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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정위,내사
기아자동차가 부품하청업체에 자사의 승용차형 지프인 「스프티지」를 대량으로 할당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하청업체당 적게는 2∼3대에서 많게는 6∼7대씩 떠안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아측이 이런 식으로 판 스포티지가 1천대에 이르는 것으로 하청업계에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고 이미 내사에 착수했으며,일부 하청업체의 매매계약서 특약란에서 「자동차값을 자재대금에서 상계한다」는 불공정 행위가 드러남에 따라 곧 기아자동차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19일 관련업계 및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스포티지 판촉을 위해 지난 3월하순 부품 하청업체의 납품업무를 관장하는 구매1본부 구매원가부가 주축이 돼 하청업체에 납품규모에 따라 스포티지를 할당 판매할 계획을 마련해 4월말까지 이 특판계획을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져졌다.
기아측은 한대당 1천4백만원대의 차량가격중 1천2백만원은 한달에 1백만원씩 1년동안 납품대금에서 공제할 것을 요구했으며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자동차 할부대금은 이미 4월 납품대금부터 공제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측은 그러나 이같은 일이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협조공문 등 다른 근거를 거의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아로부터 차를 떠안은 일부 하청업체들은 묶인 자금을 돌리기 위해 새차값보다 1백만∼2백만원씩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으며,그중 몇몇 업체들은 이 차를 자신들의 하청업체에 다시 밀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회사나 「협조」 차원에서 이같은 판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쟁사에 비해서는 우리가 적게하는 편』이라고 주장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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