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개선” 외면하는 농수산위(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 농수산차관 사퇴불구 「발언」의도 의심
19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위의 「농수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소위」는 소위의 이름과 전혀 걸맞지 않은 주제로 회의전부터 떠들썩했다.
농수산물 유통계선상의 부조리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본래의 소위구성 목적은 온데간데 없고 입법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김태수 농림수산부차관의 발언이 주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김 차관이 회의에 앞서 전격사표를 제출함으로써 맥이 빠졌다.
여야 의원들은 최인기장관의 사과와 김 차관의 사퇴가 있었음에도 김 차관의 발언이 몇가지 정치적인 의도를 깔고 나온게 아닌가하는 해석과 의문을 던졌다.
『농정현안이라면 모르나 현재의 상황에서 김 차관이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회견이전에 장관과 협의가 있었는가,아니면 다른 협의자가 있었는가. 차관이 외부의 다른 공직자로부터 이번 농안법 입법과정에 대한 기자회견 요청이나 지시를 받은바 없는가.』(김영진의원·민주)
이규택의원(민주)은 미리 배포한 질의자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발언의 속뜻을 하나씩 지적했다. 『김 차관이 16일 신재기의원(민자)의 단독삽입 통과를 주장했다가 17일 장관명의 발표문에서 합법적으로 처리됐다」고 횡설수설한 의도가 농안법 시행연기의 책임과 5개월후 제2농안법 파동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려는 것으로,차관은 치고 장관은 빠지는 술책이 아닌가. 또는 상무대 국정조사로 조성된 국면을 농안법 파동을 국회에 전가,돌파하려는 상부의 지시 때문인가. 이것도 아니면 중매인들의 로비 때문인가.』
이 의원은 김 차관의 발언이 신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농안법 파동을 모면해보려는 농림수산부 고위책임자들의 의도된 공격행위로 「복지부동」의 또다른 표현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허재홍의원(민자)은 『김 차관이 물러나기는 했으나 엄격히 보아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는 중매인의 도매행위 금지조항을 삽입하면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후속조치를 다했다. 김 차관의 말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정부를 나무랐다.
이길재의원(민주)은 또다른 측면을 짚었다. 『농림수산부가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데 왜 우리만 자꾸 당하느냐는 분한 분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이번만은 강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내부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부만 동네북이냐」 「국회는 문제가 없느냐」는 목소리들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는 농림수산부 내부의 분위기가 김 차관의 기자회견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입을 모은듯한 여야 의원들의 질책에 농림수산부측은 『발언 진의와는 달리 잘못 보도됐다』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