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할남」총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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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회창 전 총리가 실은 자기는 「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이라고 했는데 후임인 이영덕총리는 「알강남」이라한다고 한다. 「알고 보면 강한 남자」라는 뜻이다. 부드럽고 사람좋다는 외평에 실은 강한 성격도 있다는 점을 알리는데 총리실이 주력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 총리는 취임초추터 총리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각 부처가 총리실을 무서워하고 총리실의 평가가 신뢰와 명성을 얻도록 하자고 역설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이 「강한 남자」인 이 총리의 지시는 먹혀들지 않고 총리실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만 있다는 평가다. 그의 지시 1호인 「정부재투자기관 및 재정지원기관의 차량운용제도개선 시행계획지시」는 각 부처에 대해 14일까지 시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그날까지 단 한건의 계획서도 나오지 않았다. 또 이 총리는 공무원의 퇴근시간 엄수도 지시했지만 지시가 있기 전이나 있은 후나 다를바 없는 실정이다. 그전에는 각 부처가 총리실에 자진보고도 자주 했지만 요즘은 독촉을 해도 겨우 한 두장짜리 보고서가 온다는 것이다.
취임한지 아직 한달도 안됐으니 정부 각 부처가 이 총리의 「알강남」 성격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탓인지 아직은 총리실을 무서워하지 않는게 분명하다.
그러나 남이 무서워하든 않든 총리실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
우리나라 총리의 실제 권한이 뭐냐는 시비도 있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임은 부인할 수 없고 각 부처에 대해 감독·조정·평가는 하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농안법 파동 같은데서도 보듯이 당정이 치고 받고,검찰이 수사를 벌여도 총리실은 잠잠하기만 하다. 각 부처가 서로 얽혀 주요정책마다 마찰이 일고 외환은행장은 몇주가 넘게 공석인데도 무슨 「조정」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여북하면 신문에 「총리실이 있는듯 없는듯하다」는 말이 나올까. 전임자가 강성으로 나가다가 물러갔으니 반대로만 하자는 것이 꼭 정답일 수 없다.
정부의 아래·위를 연결하고 맺히고 꼬인 문제들에 전력으로 대드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알강남」도 필요하겠지만 바란건대 그저 「알고보면 할 일은 하는 남자」 즉,「알할남」 총리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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