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교육 '학력세습'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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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부분적으로 완화했다."(전교조 정재욱 정책실장)

"획일적이고 질 낮은 교육을 강요해 사교육을 부추긴 평준화가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다."(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공개한 '입시제도의 변화: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의 연구 결과를 놓고 28일 서울대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본지 1월 26일자 2면>

이 자리에선 '평준화와 쉬운 입시정책이 저소득층의 일류대 진학을 방해한다'는 연구팀의 해석에 대해 찬반 양론이 뜨겁게 맞섰다.

포문은 전교조 측에서 먼저 열었다. 전교조 정재욱 실장은 "이 연구는 실증분석과 해석이 따로 논다"며 "자세한 비교 분석도 없어 평준화가 사회계층을 고착화했다는 결론을 낼 수 없는데도 평준화 탓만 한다"고 비판했다. 정실장은 공교육의 목표가 서울대 입학이 아니라는 것도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문적 엄밀성의 미흡과 연구수행 배경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본부장은 "평준화가 학력을 세습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패널로 나선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대의 교육기관이 무려 20여개인데 사회대생만으로 국내 교육제도를 논하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연구 결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공동 연구자인 이창용 경제학부 교수는 "사교육이 새 제도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학력 세습을 막기 어렵다는 게 연구 결과"라고 주장했다. KDI 이주호 교수도 이번 연구 결과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라며 평준화 제도가 학력 하향 평준화의 주된 요인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교육부는 '평준화 고수'를 재확인했다. 이수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평준화가 교육 문제의 주범인 양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평준화 정책을 흔들림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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