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破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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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徐德言은 南朝 陳의 궁중관리였다.隋나라의 대군이 도읍(南京)의 郊外까지 진군해 오자 걱정이 되어 아내인 樂昌公主에게 말했다. 『당신은 노예가 되어 수나라의 귀족에게 잡혀갈거요.우리 증표로 이것을 가집시다.
내년 정월 대보름 날,장안(長安)의 길거리에서 팔도록 하시오.』하고는 거울(鏡)을 꺼내 두쪽으로 깨뜨린(破)다음 나누어 가졌다.과연 진나라는 망하고 아내는 長安으로 잡혀가 수나라 귀족 楊素(양소)의 노예가 되었다.
이듬해 정월 대보름 날,徐德言은 長安의 길거리에서 노파가 깨어진 거울을 팔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슬그머니 다가가 맞추어보았더니 영락없는 아내의 거울이 아닌가.그는 거울의 뒤쪽에다 자신의 애틋한 심정을 짤막한 시로 적어 보냈다.
「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나가더니(鏡與人俱去) 거울만 돌아오고사람은 오지 않네(鏡歸人不歸) 거울에 비친 모습 더이상 볼 수없고(無復嫦娥影) 무심한 하늘에는 보름달만 휘영청(空留明月輝)」 그 때부터 아내는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했다.후에 감동한楊素의 배려로 두 사람은 마침내 옛날과 다름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지금은 파경(破鏡)이 夫婦가 사이가 나빠져 헤어진다는 뜻으로사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다시 합쳐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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