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을찾아서>소설가 이청해씨 첫장편 "초록빛아침"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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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가정을 인습의 굴레로 보고 뛰쳐나와 사회 속에서 남녀 평등을부르짖는 여성해방론자,자식들을 웬만큼 길러놓고 잃어버린 자아를찾아 떠나는 지식인 여성,또다른 사랑 혹은 쾌락을 찾아 나선 바람난 주부….이청해씨가 현대 중년여성들의 자 아발견과 실천에의 도정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장편 『초록빛 아침』(민음사)을 펴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만이 여성해방을 부르짖는 것은 아닙니다.가정에 충실한 대다수 여성들에게도 끓어오르는 자기주장,나아가 여성해방의 꿈이 있을 수 있습니다.또 과격하고 요란하며 앞질러가는 삶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듯 극소수 「선진여성」들의 주장만을 옳다고 볼 수는 없는게 아닐까요.인습의 굴레를 쓰고 괴로워하는 대다수 평범한 여성들의 삶,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들의 꿈을 그려보려 했습니다.』 91년 43세로 뒤늦게『세계의 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李씨는 소설집『빗소리』등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입을 수밖에 없는 상처를 위무하는 모성애적 현실인식과 반쯤만 열어 보이면서 독자의 자발적 공감의폭을 극대화하는 구성및 문 체로 주목받아왔다.
李씨의 첫 장편인『초록빛 아침』은 가정을 지키다 자의 혹은 타의로 가정을 뛰쳐나와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기영과 기주 두 중년 자매의 이야기다.
대학교육까지 마쳤지만 전통적 가정관에 충실했던 30대 중반의기주. 그녀는 결혼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남편의 외도를 묵묵히 견뎌내다 마침내 남편의 새 여자에게 밀려나 이혼당한다.기주의 언니 기영은 이기적인 남편과 시가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아들.딸이 군대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죽은 듯이 살다 40대 중반의나이에『나 혼자서도 살 수 있고 할일도 따로 있다』며 보란듯이가정을 뛰쳐나간다.
남편의 새여자에게 군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내준 순종형 여인기주와 20여년의 결혼생활 내내 암묵의 반란을 준비해온 선진형여성 기영과 함께 작가는 기주의 동창 희자를 등장시켜 유한계층일부 중년여성들의 가벼운 성풍속도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통형의 여성인 기주의 시점에서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왔던 가정관.여성관을 찬찬히 반성해보며 「초록빛 아침」과도 같이 환한 신세대 여성관을 찾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다.
『세상을 가짜로 살아가는 남성들이 너무나 많아요.이 일 저 일 또는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양다리 걸치고 그저 쉽게 쉽게들살아가려는 남성들 말이에요.그런 남성들이 지배하는 사회다 보니최소한의 진실을 담보할 수 있는 법마저 공공연 하게 유린되고 있지 않습니까.상대나 짝에게만 진실을 바랄 수는 없지요.남성 자신이 진실해질 때 우리 가정도 사회도 진실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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