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굳은 정치권/국회로 번지는 농안법 로비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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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명에 진땀빼며 “UR비준관련 압력” 의심도
검찰이 농안법 로비의혹의 초점을 국회쪽으로 맞추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입법과정에서 참여했던 농림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무관함과 결백을 증명하기에 바쁘다. 일부 인사는 정황증거를 들어가며 여기저기 열심히 해명하고 있으나 납득할만한 답변을 마련하지 못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
야당측은 검찰수사가 정치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상무대 문제나 UR 의정서 국회처리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복선이라고 의심하는 등 사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농안법 로비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1차로 주목받는 사람들은 지난해 법개정 당시 농림수산위의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이다.
법안 제안자인 신재기의원(민자)을 비롯,민태구·정창현(민자)·김영진·이희천(민주)·조일현(국민)의원 등 6인의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93년 5월11일부터 15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소위 활동을 벌였고 여기서 확정된 안은 일체의 가감없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회의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신 의원이 ▲93년 5월12일 열린 2차 소위에서 당초 자신이 제출한 법개정안에 빠져있던 「중매인의 도매행위 제한」 조항을 삽입하자고 돌연 제의한 점 ▲개정안 제출전 지정도매법인 관계자를 불러 시안을 건네주며 의견제출을 요구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중매인의 집단행동을 부른 도매행위 제한조항과 관련,『처음부터 삽입시키려 했으나 비서관이 이를 누락시켜 바로잡은 것일뿐』이라고 밝혔다.
또 『지정도매인협회 양춘우부회장을 불러 시안을 건네주는 자리에는 농·수·축협 유통부장도 함께 있었다』며 도매법인과의 연관설을 부인했다.
○…이 법안이 소위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는 점에서 나머지 여야 소위위원은 물론 농림수산위 소속 전체 의원들 안색이 밝지 못하다.
우선 야당의 법안 심사소위 위원 3명은 모두 『법개정과 관련해 이해당사자 등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아울러 도매법인에 대한 사재기(매취) 영업허용 등 특혜조항을 그냥 통과시킨데 대해 『그 부분은 의원들도 잘 몰라 심의중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다(김영진·이희천의원)』고 말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권이 농안법 수사의 주 타깃으로 꼽히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과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자당의 고위 정책관계자는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농안법 자체는 개혁입법으로서 훌륭한 법』이라며 『농림수산부가 1년동안의 유예기간중 법에 명시된 준비작업을 소홀히해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문정수 민자당 사무총장은 『비리의혹만 나오면 왜 국회를 끌고 들어가 정치에 대한 불신만 깊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
민주당은 여권 핵심부가 상무대 국정조사계획서 작성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국면,UR 의정서의 국회비준 등 난제를 풀기 위해 농안법의 대국회 로비의혹을 고의로 부풀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진의원 등 농림수산위의 대여 강경파 의원들을 농안법 로비의혹으로 붙잡아 놓고 UR 의정서를 조기 통과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기도 한다.<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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