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SFAA 디자이너, 서울시에 열 받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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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뉴웨이브인서울(NWS),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AFDA)등 국내 디자이너단체들이 모두 참가하는 최대의 패션 축제 ‘통합 서울컬렉션’(사진)이 올 가을부터 ‘반쪽행사’로 전락하게 됐다.

SFAA측이 11일 오후 “현행 관(官) 주도의 서울컬렉션에는 더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SFAA는 진태옥·박항치·박윤수·장광효·손정완·루비나 등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이 결성했다. 전체 참여 디자이너의 40%에 해당하는 SFAA 소속 디자이너들이 불참하면서 개최 기간도 당초 9일에서 6일로 줄었다.
 이유는 이렇다. 2004년 11월 행사부터 이 통합행사를 기획해 지원해온 서울시가 올해 컬렉션 기획을 비전문가에게 맡기고 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괄 기획사 심사에 참여했던 패션 관계자는 “최종 선정된 업체는 패션쇼 개최 경력이 전무하다”며 “업체가 하청에 재하청을 줄게 뻔한데 이렇게 되면 행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디자이너들은 또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눠 치르자는 시의 제안도 시기상조”라며 “올봄 이런 체제로 운영해 봤지만 일부 패션쇼는 관람객이 극히 저조했고 무리하게 일정을 채우려다 보니 일부 함량미달 디자이너도 참여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 SFAA회장인 1세대 디자이너 박항치씨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가진 수차례 협의에서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FAA는 서울시 지원 없이도 20년 가까이 자체 컬렉션을 치뤄왔습니다. 서울시의 ‘국내 패션 발전’이란 대의에 동참해 통합 컬렉션에 참여해왔지만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컬렉션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행사로 본다면 곤란합니다. 컬렉션의 주체는 바로 디자이너임을 서울시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서울시는 “불참 결정은 유감이지만 업체 선정은 경쟁 입찰과 심사를 통한 것이라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40년 넘게 국내 패션계를 지켜온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전문가이자 당사자인 디자이너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도쿄 컬렉션도 부러워하던 통합 컬렉션이 더 발전해야 할 시점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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