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엔대에 死活건다-한국합섬 社運건 모험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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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두번 다시는 잡기 어려운 엔고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절박한「모험」에 나선 기업이 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업계의 막내둥이인 한국합섬(회장 朴東植.61)은 엔高시대를 맞은 한국기업의「첨병」기업이다.이 회사의폴리에스테르원사 생산능력은 작년말 현재 일산 1백30t규모다.
국내 9개 메이커중 가장「꼴찌」다.그러나 바로 이 회사가 요즘국내는 물론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일」을 저지르고 있다.작년에2차,3차 증설에 나서 올해 일산 2백30t으로 생산규모를 늘린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일산 2백50t,96년 상반기까지 또 2백50t을 각각 늘리는 작업을 추진중이다.투자가 끝나면 일산생산능력은 7백30t.투입되는 자금은 2천5백억원에서 3천억원정도.
증설작업이 마무리되면 이회사는 생산규모에서 단연 세계 톱 수준이 된다.세계 최대규모인 대만의 華隆(일산 8백50t)과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의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하며,일산 7백t 규모인 미국의 듀폰도 제친다.
이같은 대규모 증설은 세계에서도 전무하다.
너무 무리한 투자가 아닐까.사실 삼양사나 선경인더스트리.코오롱.제일합섬.고려합섬등 국내 다른 선발회사들은 무척 기이하다는듯 바라 보고 있다.증설해봤자 일산 20~30t이 고작인게 보통인데 엄청난 돈을 퍼부어 단번에 세계굴지의 생산규 모를 갖추겠다니 그럴만도 하다.당사자인 朴회장도『모험』이라며『사운을 건투자』라고 말하고 있다.지난 61년 20대의 새파란 나이에 대구에서 이화견직이란 회사를 세워 자가드직기 40대로 출발한 朴회장의「평생」이 걸려있는 셈이다.
결단의 이유는 간단하다.세계무대에서 대만정도가 꾸준하게 증설투자를 했지 한국은 투자에 주저해왔고 일본은 엔고로 투자를 기피해 온 상황.기술이나 품질은 비슷한데 양으로 한국이 대만에 밀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외로운 결행」의 결정적 인 동기가 됐다. 이 회사가 예측하는 엔환율은 달러당 90~95엔.시기는모르지만 언젠가는 90엔대 시대가 오고 말 것이라는 일종의 신념이 깔려있다.
이 회사가 도입중인 구미공장 핵심설비인 중합공정설비도 대부분일제천지인 대만이나 국내 다른업체의 설비와는 달리 독일제인 짐머(Zimmer)社제품.폴리에스테르원사 설비로 독일제 도입은 처음이다.일제보다 가격도 다소 헐하고 설비나 생 산방식 자체도돋보이지만 아예 출발부터 엔고부담을 안지겠다는 당연한 선택이다. 투자의 과감성,엔고를 피해 대만과 최대시장에서 맞붙겠다고 벼르는 저돌성.과연 세계적인 신화를 만들어낼지,엔고 극복신화로일약 유명해진 일본의 미네베아를 닮은「꾀짜」같은 이 회사의 행보는 엔高시대의 전략구상에 부심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을 위한「자기 희생적 실험」인 셈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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