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방송사 北당국에 寸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北韓의 밀사를 자처했던 윌리엄 테일러 美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金日成 주석 생일 행사를 南北韓과 워싱턴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美國 CNN과 日本 NHK등 金주석의 4.15생일 행사 취재차 平壤을 방문한 서방 방송사들은 방송과정에서 北韓당국에 寸志를 쥐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15일 金주석 생일 취재차 平壤을 방문한 서방측 기자가 최근 本紙에 밝힘으로써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金日成주석 생일을 계기로 平壤에서 생방송을 한 CNN과 NHK, 그리고 金주석의 메시지를 휴대했다고 큰소리친테일러 박사등 3者는 상호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우선 테일러 박사는 지상 최대의 생일 잔치인 金주석 생일 행사를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 증폭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했다.
테일러 박사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키위해 1차로 「전직국가및 정부수반 정치인 평양방문단」을 활용키로 했다.
테일러 박사는 이 회의에서 여타 참석자를 설득,CNN을 金주석 생일에 초대키로 결정하는데 성공했다.
北韓은 서방 방송사를 초청한후 이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金正日은 서방 기자가 머물고 있는 호텔 방마다 자신의 명의로 된 대형 과일 바구니를 보냈다.
또 취재 곳곳에서「리틀金」이 北韓 사회 전반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생일 행사중 서방 기자들의 흥미를 끈 것은 寸志사건이었다. 平壤에 들어간 CNN과 NHK는 모두 방송 송출 문제로상당히 애를 먹어야만했다.녹화된 화면을 외부로 송출하려면 능라도 맞은편에 위치한 평양중앙방송 설비를 이용해야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리 해도 녹화된 화면을 외부로 송출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 시간은 다가오는데 송출이 안되자 다급해진 방송사들은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다.
우선 당국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동시에 방송국의 보도 일꾼들과 관계자들에게 일제히「寸志」를 돌린 것이다.
항의보다는 촌지가 보다 효과적이었다.돈봉투를 돌리자마자 방송화면은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순조롭게 송출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平壤방송의 설비는 원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다만 北韓 정보 당국이 외부로 통하는 위성 케이블에 너무 많은 도청장치를 부착한 나머지 과부하가 걸려 정상적인 송출이 안된 것이었다.
〈崔源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