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서울지검 핑퐁수사 18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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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건설회사 대표 劉明鍾씨(55)는 92년11월10일 인천지검을 찾았다.하도급업자인 孟모씨(62)등 2명이 허위채권 10억원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을 주택건설촉진법위반및 사문서위조혐의로검찰에 진정,억울하게 44일간 옥살이를 했다며 이들을 사기혐의로 고소하기 위해서였다.
劉씨는 이듬해 3월 검찰로부터 통지서 한통을 받아 들고 실망했다.기다리던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통보가 아니라 피고소인측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서울지검으로 넘겼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劉씨는 이후에도 두 차례나 똑같은 경험을 해야 했다.사건이 인천지검과 서울지검을 세번이나 오가며 주임검사가 네번째 바뀌고도 1년6개월동안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劉씨는 유례가 극히 드문 검찰의 이같은 사건처리로『재산권 행사와 생계에 지장이 있다』며 대검등에 진정.탄원서를 제출하고 나섰으나 검찰은『관련사건이 법원에 계류중이어서 당장 사건의 마무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수사=92년11월 고소장을 접수한 인천지검은 3개월여 수사를 벌여오다 피고소인측의 이송 요구에 따라 사건발생지 관할인 서울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지검은 재조사를 벌여오다 3개월만인 지난해 6월『피고소인이 이송신청을 냈다』며 사건을 다시 인천지검으로 이송했고,인천지검은 10개월에 걸쳐 재조사를 한뒤「행위관할권」이 서울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건을 또다시 서울 지검으로 이송했다. 1년6개월이 지난 올3월24일 이 사건은 담당검사가 네번째 바뀌며 서울지검 조사부에 배당됐으나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 고소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양측입장=서울.인천지검 수사 검사들은 거듭된 사건 이송이 피고소인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을뿐 수사를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검찰은 또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연루된 형사및 민사사건이 법원에 계류중인데다 맞고소등이 추가돼 사건기록이 2천3백여쪽에 이르는등 복잡하게 맞물려있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고소인측은『어떤 이유에서든지 관할 검찰청이 세차례나변경되고 담당검사가 네번씩 바뀌면서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고소.고발사건은 원칙적으로 3개월내에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넘기고 있는것 자체가 검찰의 잘못』이라고 검찰의 수사자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법규=형사소송법에는『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해야 한다』(257조)고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이를 어겼을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安東壹변호사는『형사소송법의 고소.고발사건 처리시한 규정은 신속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따라서 비록 훈시규정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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