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연장한 국회… 총리인준 어떻게/「상무대」조사가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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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익챙기자” 막판까지 줄다리기 예상/야선 너무 오래끌면 양비론일까 걱정
상무대 비리 국정조사계획서 승인과 이영덕 총리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로 벼랑을 향해 치닫던 여야가 25일 다섯차례의 총무회담끝에 한밤중인 오후 11시 임시국회 회기를 3일간 연장키로 합의해 가까스로 파국을 비껴갔다.
한숨돌린 국회는 28일까지 3일간의 여유를 갖고 상무대 국정조사의 증인선정과 수표추적문제에 대한 여야 절충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여야는 이미 상당부분 내막적으로 합의를 본 상태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관한한 극적인 타결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정조사에 합의처리가 이뤄질 경우 총리인준안 처리도 모양새는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상처리된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반대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밤 여야의 심야합의는 이회창 전 총리의 전격 경질에 따른 여론악화 때문에 민자당이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이끌려간 정치적 패배라는 점에서 향후 여야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론 민주당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열매를 따냈다기 보다는 여권의 실책에 편승해 우위를 점했다는 지적이 많고 보면 정국의 중심축을 옮겨왔다고 자부하기에는 이르다 하겠다.
그러나 「선 국정조사계획서통과 후 총리임명동의안처리」라는 총무회담 결과는 적어도 상무대 비리와 관련한 야당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총리인준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태식 민주당 총무의 『앞차(조사계획서)가 안나가면 뒤차(총리인준)도 못나간다』는 정치적 버티기가 이한동 민자당 총무의 『총리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국회는 찬반을 표시할 책무만 있다』는 법적논리를 덮어버린 셈이다.
민자당의 성과도 없지는 않다. 적어도 조사계획서와 임명동의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회기 마지막날인 28일까지는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총리임명동의안이나 국정조사계획서가 28일 이전에 처리되는 등 국회가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할 전망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 협상에서 시한이전에 타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던게 지금까지의 국회사례다.
막바지까지 줄다리기를 벌여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당위성외에도 협상당사자들의 경우 사후면책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모습은 25일 밤 여야 총무회담의 합의서가 작성되는 순간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정조사위원히(법사위)는 총무회담의 진척을 위해 민자당은 수표추적과 수사기록 열람을,민주당은 김영삼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참고인 요청을 철회하는 잠정합의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이 잠정합의안은 회기연장이 의결되면서 『수표추적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민자당측의 부인으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민주당측도 26일 『전·현직 대통령의 참고인 채택문제는 수사기록에 나타난 것이므로 사실이 아니라면 참고인으로 떳떳하게 진술하는 것이 낫다』고 합의사항을 뒤집어버렸다.
이런 여야의 자세는 남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협상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정조사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다시 이 전 총리 경질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나설 수도 잇다.
물론 민주당도 총리인준 문제를 너무 오래 지연시킬 경우 양비론이 대두될 것도 알고 있기는 하다.
26일 국회본회의를 오후 2시에 소집해놓고도 법사위 회의를 오후 3시로 잡은 것만 봐도 협상이 금방 타결될 전망은 거의 없다.
여당도 국민들의 여론향방이 민주당의 총리인준 지연에 대한 비난쪽으로 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게 민주당측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협상은 진통을 겪으면서 회기 마지막날인 28일까지 가겠지만 어떤 모양새로든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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