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재기사 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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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바둑은 예술일까,체육일까,아니면 다른 어떤 것일까.바둑계의 총본산 한국기원(이사장 玄在賢)이 이 문제 때문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를 애타게 드나들고 있다.천재기사 李昌鎬6단의 군입대여부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李6단은 올해 1 0월 신체검사를 받고 내년에 입대하게 된다.李6단이 입대하면 그가 지닌 13개 타이틀은 모두 반납해야 한다.바둑계는 신비에 가까운 李昌鎬의 성장이 멈추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한국기원은 문체부.
국방부.병무청에 건의문을 발송했다.지금 부터 한달안에 바둑이 예술 아니면 체육이라는 것을 밝혀 이들 부처를 설득해내야 하는데 출발점인 문체부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李昌鎬6단을 14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바둑은 道라고도 하고 藝라고도 한다.兵法이라는 사람도 있고오락이라는 사람도 있다.李6단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을 내리 깔고 침묵하다가)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는 道라고하셨다.나는… 잘 모르겠다.』 -중국과 북한에선 바둑을 체육으로 분류했다.바둑을 굳이 체육과 예술 둘중 하나로 분류해야 한다면 어느쪽이라고 생각하는가.
『(몹시 곤혹스러워하며)양쪽 다 해당되지 않을까.생각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왜 그런 분류가 필요한가.』(李6단은 자신의 군입대 문제가 여기에 걸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문화체육부 관계자는 병역법조문에 예술 아니면 체육이어야 병역혜택이가능한데 그 어느쪽도 사회적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겠느냐,따라서현재로서는 李6단을 위해 추천서를 내줄 수 없다고 한다.그는 덧붙이기를 바둑이 예술이나 체육이라면 왜 문화체육부의 생활문화과 소속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군입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올해 개정되는 병역법에 공익근무요원제도라는 것이 있다.
한국기원이 李6단의 군입대문제로 문화체육부등에 건의문을 낸 사실을 알고있는가.
『모른다.요즘 尹炫晳4단.李相勳3단등 여러명의 친구들이 입대했다.아버님이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말씀하셨기에 그렇게 알고 있다.』(李6단은 군문제에 대해선 장고와 함구로 일관한다.
참으로 느릿느릿 한마디씩 토해낸다.공익근무요원제도란 국방부가 곧 입법예고할 개정병역법에 신설된 조항.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한 예술.체육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을 문화체육부가 추천하고 병무청이 심사하여 혜택을 받게된다.이 법은 예고후 한달만에 확정되고 그후엔 손댈수 없게된다.바둑팬들은 李昌鎬6단이 한국두뇌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쳤고 국민사기와 국위선양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이런 여론을 감지한듯 병무청에선 예술.체육분야에「바둑」이란 두글자를 포함시키는데 호의적이다.
그러나 문화체육부 담당자는 바둑이 왜 예술이고 체육이냐고 거듭 반문한다.조문에 명시된 이상 추천이 어렵다는 얘기다.) -李6단이 군에 가면 원칙대로라면 현재 갖고 있는 13개 타이틀을 모두 반납해야하는데…(한국기원은 이런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있다.李6단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고 동석한 부친 李在龍씨가 대신 말했다.) 『누구나 가는 군대이고 신성한 의무인데 昌鎬가 왜 못가겠습니까.다만 昌鎬는 바둑이 한창 자라고 있는데 그게 중단될까봐 부모로서 안타까울 뿐입니다.』(李昌鎬가 빠지면 전성기의 한국바둑은 에이스를 잃는다.
그러나 바둑계가 더욱 우려하는 점은 바둑역사상 전무후무의 경지에 도전하고 있는 李6단이 중간에 꺾이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군에 가더라도 李6단이 시합에 출전할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편법이며 요령이다.正法을 구사하는 李昌鎬바둑과 요 령은 너무 이질적이다.) 李6단이 힘들어하므로 화제를 바꿨다.
-후지쓰배에서 일본의 가토9단에게 진 것을 놓고 李昌鎬는 왜해외시합에 약하냐고 묻는 팬들이 많다.해외에 나가면 부담감이 큰가.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실력이 약할뿐이다.계속 정진할생각이다.』 -李6단에게 5승1패를 거둔 일본의 요다9단을 평가한다면.
『기본적으로 실리바둑이지만 모든 분야가 잘 정리되어있다.그게일본바둑의 특징이고 장점이다.일본은 고수들이 많고 층이 두터워우리보다 약세가 아니다.』 -한국바둑의 특징은.
『변칙에 능하고 공격력이 강한것 아닐까.』 -李6단은 국내 전적에서 曺薰鉉9단과 劉昌赫6단을 압도하고 있어 팬들은 누구나제1인자라 생각한다.그런데 해외에 가면 그들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궁금하다.
『昌赫이 형과는 스타일만 다를뿐 실력이 비슷하다.선생님(曺9단)은 아직 나보다 강하다.』 -曺9단이 더 강하다면 왜 李6단에게 계속 밀리는가.
『체력 때문이다.후반에 가면 체력이 떨어진 것을 저절로 느낄수 있다.』 -徐奉洙9단은 체력도 실력이라고 하던데.
『(침묵하다가)실력에 체력까지 포함한다면 내가 유리할 것도 같다.』(웃음) ***한국바둑 “공격적” 머나먼 동양의 道로 불려온 바둑은 체육적 요소.예능적 요소외에 여러 요소를 두루 갖고있다.한판의 바둑은 곧 인생사며 거기에서 전개되는 정신의 끝없는 파동은 인간학에 대한 색다른 탐구장소이기도 하다.한국이낳은 불세출의 기사 李昌鎬 는 강태공.수도승.神算등의 별명이 말해주듯 초조.불안.욕망을 극복해내는 선천적인 자질로 바둑의 신경지를 열어가고 있다.
그 李昌鎬가 입대해 몇년동안이나마 바둑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한국기원측은 그게 국가에 유익한가,세계를 완전 제패하도록 밀어주는게 유익한가 여론조사라도 해보고싶은 심정이라고 한다.길이 있는데「예술」이나 「체육」으로 분류 하기 힘들어안된다는게 안타깝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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