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영훈, 84의 鬼手로 국면을 반전시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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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5보 (75~94)]
白.朴永訓 5단 黑.謝 赫 5단

전보의 백△는 흔한 응수타진이다. 유리한 흑은 받아주면 된다. 다만 어떻게 받느냐.

박영훈5단은 '참고도1'의 흑1을 겁내고 있었다. 흑A는 백B의 이용수단이 있다. 그러나 흑1이면 아무런 수단도 없다. 따라서 상대가 흑1로 오는 것은 필연인데 그때 어떤 식으로 바둑을 꾸려가야 할까. 박영훈은 막막한 심정으로 하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장고하던 셰허의 손길이 돌연 우하의 75로 향했다. C의 절단을 본 수. 그러나 이수가 길을 못찾던 박영훈에게 길을 열어줬다. 76부터 82까지 귀에서 살아버린 것이다.

대국 심리란 묘하다. 상대가 흑의 안방에서 살아버리자 셰허는 괜한 짓을 했구나 하는 기분에 빠져들었고 그래서 계획을 바꿔 83의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83은 경솔했다. 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C로 끊어잡고 서서히 두어나갔으면 계속 우세할 수 있었는데 당장 빚을 갚아주려다가 화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84. 이 수가 빛나는 한수다. 타개의 귀재로 통하는 박영훈의 절묘한 감각이 이 한수에서 미소짓고 있다. '참고도2' 흑1로 이으면 백2로 씌우는 수가 멋지다. 더 이상 공격이 안 된다. 씌움을 막기 위해 85로 하나 던져놓고 87로 이었다.그러나 이번엔 백도 그냥 뚫어 90까지 한점을 잡는다. 이어서 94까지 백은 떵떵거리며 살아버렸다. 셰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국면은 크게 반전하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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