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면>폭력에 떠는 브라질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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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브라질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남자들의 횡포에 비교적 관대했던 식민시대부터 내려오는 뿌리깊은 관행 때문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92년 한해의 브라질 경찰 집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사건이 매일 3백37건씩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70%가량이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또는 아버지가 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로 집계되고 있다.
브라질 여성폭력의 심각성은 지난해 美國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브라질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이처럼 국제적인 관심을 끌만큼 유명세를 치르면서도 수그러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실제로 브라질의 법률 체계는 아직도 포르투갈 식민시대 이래 수세기동안 지속된 여성에 대한 차별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식민시대의 법은 「명예 수호권」을 근거로 남성이 간통을 한 부인과 부인의 상대 남성을 죽이는 것이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 구시대의 법률 체계를 이어받은 브라질의 형법과 민법은 아직도 남녀차별적인 성격을 많이 담고 있다.시대에 역행하는 이런 악법에 대한 개정 노력은 수없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실패하고말았다. 92년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에서 발생한 1만87건의 여성에 대한 폭력사건중 불과 11%만이 재판에 회부됐다.또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경우 설사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그들이 받는 형량은 평균 4년 정도일만큼 브라질 사법부마저 여성에 대 한 범죄에 관대한 편이다.
브라질 사법부는 91년이 되어서야 식민시대 이후 전통적인 「명예 수호권」의 개념을 법률체계에서 없앴다.
브라질 여성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는 보수적인 법원에서 뿐만아니라 일선 경찰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 남성 경찰은 남편의 아내 구타나 아버지의 딸에 대한 폭행을 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남의 가정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브라질 경찰의 여성 폭력사건에 대한 편향된 자세는 오랫동안 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사왔다.브라질 정부도 경찰의 이같은자세를 인정,85년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사건을 전담하는 여성경찰서를 리우데자네이루에 설치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여성경찰서의 마리아 카마르데야 서장은 38명의이 경찰서 경관과 함께 지난해 모두 4천3백94건의 여성에 대한 구타.성폭력.살해위협 사건등을 처리했다.
여성경찰서를 만들고 여성단체등 사회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여성에 대한 폭력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브라질의 상 파울루 출신의 여성의원 산드라 스타링의원은 『군사독재로부터 민주주의로 뻗어나가고 있는 브라질에서 여성폭력은 아직도 일종의 풍토병으로 남아있다』며 『브라질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처벌하지 않는 세계 제1의 국가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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