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청년을 꿈꾼다<25> 뼈 관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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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14면

지난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세계 골다공증 날 행사에서 이 병원의 임승길(펜을 든 남자 의사) 교수가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에 걸린 뼈와 정상적인 뼈의 차이를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체의 뼈는 얼핏 단순하게 보이지만 ‘신의 명품’으로 불릴 만큼 정교한 구조물이다. 무게가 같다면 철근보다 더 강하다. 다치기 쉬운 곳에 있는 뼈는 상대적으로 굵고, 구부러져야 하는 곳에는 많은 수의 뼈가 있다.

내 키가 줄었네 … 혹시 골다공증? #술·폐경 등으로 뼈 약해지면 체형 바뀌고 골절 위험

뼈는 근육과 힘줄, 인대를 지지하며 주요 장기를 보호한다. 정교한 신경과 동맥이 지나가는 길에는 안전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홈이 파여 있다. 또 뼛속에서는 새로운 혈액세포들이 안전하게 자란다.

뼈는 낡은 성분을 제거하고 새로운 성분을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해서 10년에 한 번꼴로 거듭나지만 세포 덩어리인지라 서서히 늙어간다. 뼈의 성분이 빠져나가면서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잘 관리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뼈가 약해지면 체형이 바뀌고 키가 줄어들며 무엇보다 골절로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뼈 건강은 예금통장과 같다. 젊을 때 뼈 성분을 충분히 ‘적금’해놓고 뼈 성분이 빠져나갈 때 적당한 운동, 음식 섭취, 치료 등으로 ‘절약’하면 골절 없는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40%, 70대 이상 70%가 걸려

뼈의 밀도는 태어나서 계속 증가하다가 20대 후반이나 30대초반을 고비로 감소한다. 골다공증은 뼈 성분을 없애는 파골(破骨)세포가 뼈 성분을 만드는 조골(造骨)세포보다 왕성히 활동해 뼈의 밀도가 낮아지는 병이다. 일부 의학자들은 엄밀히 말해 뼈에 구멍이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뼈 조직이 성기게 바뀌기 때문에 ‘뼈 엉성증’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골다공증은 ‘국민병’이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 50대의 15%, 60대의 40%, 70대 이상은 70%가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도시화에 따른 운동 부족, 실외 생활의 감소 때문에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골절의 원인이 된다. 골다공증으로 엉덩이 관절이 부러지면 20%는 1년 내에 사망하고 30~40%는 걷지 못하게 된다. 척추가 부러진 여성 5명 중 1명은 1년 내에 두 번째 척추 골절을 경험한다.
 
애주가 넓적다리뼈 무혈괴사 유의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며 이에 따라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뼈 밀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남성은 주로 술 때문에 이 병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술을 마시면 비타민D의 작용에 문제가 생겨 칼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폭음을 하면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고 부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해 뼈의 칼슘을 배출시켜 뼈가 약해진다. 이보다 더 나쁜 점은 알코올이 뼈 성분을 만드는 조골세포를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애주가는 ‘넓적다리뼈머리 무혈괴사’에 걸리기 쉬운데, 차려 자세 때 손이 닿는 부위의 뼈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썩는 것이다.

칼슘·비타민D는 음식으로 보충

뼈도 근육과 같이 운동을 통해 자극받으면 튼튼해진다. 달리기·걷기·자전거타기·계단오르기·테니스·춤·에어로빅·웨이트트레이닝 등 무게를 받는 운동이 좋다. 30세 이전에 시작해야 뼈 성분의 감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으며 중년 이후의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골절의 위험을 높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음식을 통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일일 권장 칼슘양은 9~18세 1300㎎, 19~50세 1000㎎, 51세 이상은 1200㎎이지만 대부분의 국내 여성은 하루 500~600㎎밖에 먹지 않아 절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칼슘은 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멸치·뱅어포·생미역 등 해산물, 녹황색 채소, 두부 등에 풍부하다.

칼슘 흡수에는 비타민D가 필수적인데 국내 여성의 80% 이상이 비타민D가 부족한 실정이다. 비타민D는 대구·고등어·정어리 등 등이 푸른 생선과 동물의 간·버섯·계란 노른자·우유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D는 햇볕을 많이 쬐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일광 비타민’이다. 실내에만 있지 말고 가급적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많이 하는 게 좋다. 칼슘과 비타민D를 음식으로 섭취하기 어렵다면 보조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항상 허리에 힘을 주고 가슴을 편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쁜 자세는 힘을 골고루 받아야 할 뼈가 한쪽으로만 쏠려 변형을 야기한다.
반면 술·담배와 카페인 음료, 맵고 짠 음식,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식품은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간염이나 허리디스크·뇌중풍 등으로 병상에 오래 누워 있는 사람은 골다공증이 올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환자들은 회복기에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운동과 음식섭취 등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40대 이후엔 골밀도 검사를

40대 이후의 남녀는 골밀도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이 의심되면 치료를 받아야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파골세포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사멸시키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물(악토넬, 포사맥스, 마빌, 아렌드, 파노린 등)이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복용하는 약도 나왔다.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하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작용제제(에비스타)는 유방암 예방 효과도 입증됐다. 최근에는 뼈의 소실을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뼈의 미세한 구조를 복원하는 부갑상선호르몬 계열의 주사제(포스테오)도 선보였다. 주로 중증 골다공증 환자가 엉덩이나 배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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