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혼선 제동… 압박쪽에 비중/김 대통령 귀국후의 안보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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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 대사 발언에 의미부여 말라”/중역할 한계… 한미 순차적 대응/북미회담 발표등 4개항 재추진 병행
일본·중국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한 김영삼대통령은 31일 3부요인과 클린턴 미 대통령 등에게 순방결과를 설명하고,정부의 외교정책 기본에는 전혀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는 등 귀국 첫날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대통령은 또 이회창총리·김종필 민자당 대표·김덕 안기부장으로부터 부재중의 국정상황을 보고받고 우리의 외교안보 기조는 불변인 만큼 차질이 없도록 유념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한중 정상회담후에 벌어진 혼선을 의식한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중 양국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을 합의한데 이어 황병태 주중 대사가 「미국 일변도의 협력관계를 지양,중국과 처음부터 논의」한다는 식으로 발언한데 따른 국민적인 혼란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외교가 중심을 못잡고 우왕좌왕하는데 불안해하고 있다.
한중 단독·확대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으로 배석했던 황 대사의 언명은 내외관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이 민감한 상황에서 차질을 빚을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한 외교정책 기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북한과의 어쩔 수 없는 관계로 한계가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미 양국이 보다 긴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간의 통화는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 휴가중인 관계로 핫라인 문제상 클린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이루어졌는데,클린턴 대통령도 김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고 유엔안보리 등에서의 공동대응을 다짐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황 대사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입장과 자신의 생각을 뒤섞어 설명하느라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며 더이상의 의미부여를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졌던 역사교과서 파동,서울 불바다론 등과 연계되어 국민들이 안보불안에 빠져있는 점을 의식하여 한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안보체제를 재강조한 것이다.
미일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하여 북한 핵문제에 단호하게 대응,마무리짓는다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유엔안보리에서의 대처방향은 굳이 다른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할 경우의 문안을 중국 대표에게 작성토록 한 결과 도저히 다른 이사국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기 때문에 대북결의안을 통한 제재방식이 불가피해졌다면서,한미 양국은 이에 따라 순차적 대응을 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결의안 채택에 중국이 반대는 하지만 기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결국은 미­북한간의 대화가 진전되면 입장을 누그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전망에는 지난해 6월의 제1차 미­북한 합의가 배경을 이루고 있는데 4월8일의 의장성명에 이은 5월11일의 대북제재 결의안 때 기권했던 중국은 계속 반대의견을 강조해오다 미­북한 1차접촉 합의직전 입장을 바꾸었다.
정부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대화는 지속한다는 원칙을 미국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4월 후반쯤에는 대북압력 강화 또는 대화로의 선회여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북한간에 일단 합의를 보았다 보류된 미­북한 고위급회담 일정 발표 등의 4개항 동시이행 재추진 등의 카드가 제시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은 이같은 방안을 포함,여러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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