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위한 국제공조 모색/한 외무 왜 또 미국에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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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측 태도변화 보일땐 유연하게/팀훈련 재개시기도 신중히 결정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계류중인 중요한 시점에서 한승주 외무장관이 26일부터 중국·미국·일본 세나라를 차례로 방문하는 것은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안보리 결의안이 내주쯤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중국·미국 등 핵심관련국 및 유엔관계자들과 협의하고,만약 북한이 끝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아 안보리의 제재조치가 필요할 경우 그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 보자는 것이다.
우선 한 장관은 28일께 첸치천(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 가질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그동안 한국과 미국이 기울인 북한 핵문제 대화 해결노력을 설명하고 이 문제해결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중국을 공식 방문하는(26∼30일) 김영삼대통령도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최근 『핵문제 전체 또는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앞으로 문제해결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유엔이 처음부터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을 경우 중국의 동조를 구하기는 어렵겠지만 시한을 정해 북한에 전면 핵사찰 수락을 요구하고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내놓으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 장관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대북제재 문제를 논의하기보다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안 논의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중국방문 결과를 갖고 미국으로 가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 등 미 고위관리들에게 설명하고 북한핵 정책을 재검토,「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놓으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여가는 방안을 중점 논의한다.
한미 양국은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북한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공동보조를 취하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이 문제가 안보리 상정중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이 『대북제재조치가 내려지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대화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특히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을 만나 팀스피리트훈련 문제를 중점 논의,훈련재개 시기결정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보아가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뉴욕에서 장 베르나르 메리메 안보리 의장과 상임이사국 대사,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을 차례로 만나 대북결의안 추진과 앞으로의 안보리 대책을 협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는 처음부터 강한 대북제재조치가 나와서는 곤란하며 대화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분명히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이어 일본을 방문,대북제재가 필요할 경우 일본의 적극적 참여와 국제공조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초부터 중순까지 미국을 방문,외교노력을 편 끝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성과를 올렸는데 한달여만의 이번 방미에서 더욱 복잡하게 꼬여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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