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을신앙』 출간 산파역 이기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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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기본 단위는 혈연과 지연(地緣)입니다. 모든 친족들이 참여하는 집안 제사는 혈연을, 마을 공동체의 제사는 지연을 상징하죠.”
 
국립민속박물관이 두 권으로 펴낸 『한국의 마을신앙』조사보고서의 산파역을 한 한국디지털대 문화예술학과 이기태(49·사진) 교수는 마을신앙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영남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민속학 전공자다.

이 교수는 “마을신앙은 신의 가호 속에서 인간의 삶이 풍요롭길 기원하는 종교의 기본 형태이자, 민주주의의 현장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일부 시골마을에서는 매년 초 마을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 주민들이 뽑은 제관이 마을 수호신에게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마을신앙으로서의 마을제의는 대개 정월 열나흘날 자시(오후 11∼오전 1시)에 전국 각 마을에서 진행된다. 정월 대보름에 맞춰서다. 주민들이 뽑은 제관이 마을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이튿날 아침 제관의 집에 남녀노소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제사 음식을 음복하고, 지신밟기나 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하며, 한 해 농사 등 마을 일을 상의한다. 이때 의결은 만장일치로 한다.

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2005년 전국의 민속학·국문학·역사학 등 관련 학자 150여 명이 정월대보름에 전국 139개 마을에서 동시에 이뤄진 마을신앙을 현장 조사했다. 이듬해에는 문헌 조사를 통해 1만2100여 곳의 마을신앙 현황을 파악했다. 해방 이후 민속 분야 전문가 집단에 의해 최초로 이뤄진 전국 규모의 마을신앙 조사였다. 이전엔 1967년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95~2004년 ‘한국의 마을제당’ 전8권 시리즈를 펴냈으나 40년 전 자료로 만들어져 그간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기태 교수는 “마을신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의 학자들이 있어 이 같은 집대성이 가능했다”며 전국 각지에서 마을신앙의 현장을 찾아 조사한 이들에게 공로를 돌렸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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